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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리깨고 진입하는 경찰병력 민주노총이 입주한 경향신문사 1층 현관 유리문을 열기위해 장비를 든 소방대원들이 투입되어 경찰이 노동자들이 막고 있던 유리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 이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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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장창' 소리와 함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건물 현관문 하나가 완전히 깨졌다. 2013년 12월 22일 오전 11시, 1995년 민주노총이 출범한 이래 공권력이 최초로 본부에 강제진입한 현장이다. 건물 정문 유리는 모두 부서졌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를 위해 경찰만 5500여명이 투입됐다. 부서진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민주주의도 함께 부서졌다"는 한탄이 새어나왔다.
법률가들은 경찰의 강제진입이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의견이다. 헌법 제12조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 절차에 따라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것이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체포영장만 손에 쥔 채 민주노총에 진입했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소속 법률가들은 "체포영장의 경우 피의자 수색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들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 없이 민주노총 건물에 무단 침입한 데 대해 "헌법상의 대원칙인 영장주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집권 1년을 갓 넘긴 박근혜 정부가 '헌법에 맞섰다'는 논란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됐다.
"헌법, 참새 잡자고 대포 쏘지 말라고 돼 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 '헌법과 맞선' 사례는 통합진보당(진보당) 정당 해산 청구 때 한꺼번에 쏟아졌다. 지난 11월 5일, 정부는 진보당을 위헌 정당으로 보고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 청구안을 접수했다. 이후 법학계에서는 정부가 '헌법 제8조 정당 활동의 자유,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 헌법 제28조 무죄 추정의 원칙, 헌법 제37조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론회에서 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해 "헌법에는 '참새를 잡자고 대포를 쏘지 말라'는 과잉 금지의 원칙이 있다, 정치 사상 때문에 조금 위태로울 수 있다고 그걸 막으면 독재 체제로 전환될 수 있으니 함부로 권한을 행사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이 말하는 민주적 기본질서는 '정치적 자유'를 최고 가치로 삼아, 복수 정당체를 기본으로 하는 다원적 민주주의를 기본전제로 삼고 있는데 이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정부의 심판청구는 철저하게 유추에만 의존하고 있다, 진보당이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한다는 계획을 어떻게 수립했는지 전혀 입증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석기 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근거로 진보당의 활동을 위헌으로 보는 것에도 반론이 있다. 이 의원 사건을 '유죄'로 단정하고 정당 해산을 청구했기 때문에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배했다는 것이다. 이에 진보당 변호인단은 이석기 의원 사건에 대한 확정판결이 난 후에 정당 해삼신판 청구 건을 다뤄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하기도 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전 대표는 "진보당 해산 청구가 성공하면 사상의 자유는 반쪽을 잃게 될 것"이라며 "잘못된 정치적 입장에 대한 심판은 국민의 몫이다, 국민의 엄정한 판단에 앞서 행정부가 함부로 나서는 것은 국민의 정치적 선택의 권능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일갈했다.
새누리당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된 '이석기 방지법(종북 혐의로 구속된 의원의 권한 행사를 정지하는 내용)'을 두고도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 소급입법금지의 원칙, 처분적 법률 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경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이 확정되기 전에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건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고 특정한 사람에게 특정한 내용의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것은 법률의 보편성·중립성에 반하는 처분적 성격의 법률로 헌법정신에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노동3권·집회결사의 자유'...흔들리는 국민 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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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11월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앞으로 온 청소용역 노동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며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의 즉각 시행을 요구했다. |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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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들어 흔들리고 있는 대표적인 헌법 조항은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33조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1월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국회 청소 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무기계약직 되면 노동 3권 보장돼요, 툭하면 파업 들어가고 어떻게 관리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되는 이야기였다. 이 때문에 김 의원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부정했다는 논란이 들끓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회에서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이유가 노동 3권 회피인 양 발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을 명백하게 부정하는 말이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런 천박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새누리당 입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발언 후 비판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은 김 의원은 "노동 3권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며 "집접고용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진의가 어떻든 (청소노동자) 아주머님들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 역시 헌법에 명시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박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 김 의원은 지난 11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리에서 (대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한 사람들,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겠다"고 적어 논란이 인 바 있다. 그는 "그걸(파리 시위) 보고 피가 끓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거"라며 "채증사진 등 관련 증거를 법무부를 시켜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규탄한 파리 거주 한인들에 대해 협박을 가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국회 법사위 소속 의원이 헌법에 보장된 집회 결사의 자유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경악스럽다"며 "김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 춘천시민들과 국민들은 혹여나 김 의원에 반대하는 의견을 가졌다가는 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자신이 준수해야 할 헌법 잘 모르는 거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무렵,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남겼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잖아요. 민주공화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알아야 돼요. 어떤 성격의 나라가 민주공화국이냐. 그럼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은 어떤 원리로 국정을 운영해야 되는 것이냐를 알아야 됩니다. 이걸 잘 모르면 자신이 취임 선서할 때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하잖아요. (박 대통령은) 자기가 준수해야 될 헌법을 잘 모르는 것같이 느낄 때가 많아요. 우선 민주공화국이라는 게 어떤 나라며 어떤 운영원리로 국정을 이끌어야 되는 건지 잘 좀 깊이 성찰했으면 좋겠어요. (중략) 이 인식이 투철하지 않아서 이런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저는 봐요."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체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후 6개월이 흘렀다. 윤 전 장관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고, '헌법 위배' 사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