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국회의장, 필리버스터 신청 뭉개고 상정·표결 ‘총대’ |
강창희 국회의장(맨 왼쪽)이 28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단상 가운데)와 정청래 의원(맨 오른쪽)이 투표명패를 흔들며 의장석으로 다가가 항의하고 있다. 뒤편에서 새누리당 의원과 국회 직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처리
민주, 국회법 106조 2항 따라
‘무제한 토론 요구서’ 내자
강창희 의장 일축…처리 강행
“인사관련 토론 불허가 관례”
“투표 마치지 않았다” 항의에도
일방적 투표종료 선언
야 “감사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강창희 국회의장이 결국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 총대를 멨다. 그동안 여야 합의가 이뤄져야 임명동의안을 상정할 수 있다던 태도를 바꿔, 새누리당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번 표결은 절차적·실체적 요건을 모두 위반한 날치기”라며 감사원장 직무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혀, 강 의장의 자의적 법해석 여부와 동의안 표결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강 의장은 28일 “감사원장의 공백이 94일째 지속돼 국정에 많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더 이상 처리를 미루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며 임명동의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국회법 위반 논란을 무릅쓰고 새누리당과 보조를 맞춰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함으로써, 중립적 의사운영의 의무를 저버린 채 ‘친박(친박근혜) 본색’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민주당은 국회법 위반을 이유로 강 의장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강 의장은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만 모여 황 후보자의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자, 오후 본회의에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상정했다. 특히 본회의에서 처리할 6개 안건 가운데 맨 마지막에 있던 임명동의안을 돌연 첫째 안건으로 올리면서까지 처리를 서둘렀다. 이를 두고 “불법적인 직권상정”이라고 반발하던 민주당은 지난해 5월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되면서 신설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카드로 맞대응하려고 의원 127명 전원 명의로 ‘무제한 인사토론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법 제106조 2항(무제한 토론의 실시 등)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본회의 시작 전에 의장에게 제출하면,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허용해야 하고 다시 표결을 시도하려면 재적의원 5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새누리당 단독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 의장은 “인사 관련 안건은 토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오랜 국회 관례다”라며, 민주당의 필리버스터 요구를 일축했다. 이에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있지도 않은 관행을 내세워 관행으로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실제 필리버스터 제도는 1973년 폐지됐다가 지난해 다시 도입된 만큼, 관례를 이유로 인사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여야 합의를 중시한 국회선진화법의 정신에도 정면 배치된다는 해석이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새로 도입된) 무제한 토론도 토론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거 인사 안건에 대해 토론을 허용하지 않았던 관례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투표를 마치지 않았다”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투표 종결을 선언한 강 의장이 야당 의원들의 투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투표가 종료되지 않았고, 투표 의사가 있다고 했는데도 강 의장은 일방적으로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저희가 투표하려고 한 시점에는 감표 의원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투표 시간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고, 투표 종료 권한은 의장에게 있다”며 “투표 시간이 부족해서 못한 건지, 투표할 의사가 없어서 안 한 건지는 의장이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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