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서도 “앞으로 누가 정치권 눈치 안보겠나”

등록 : 2014.02.06 20:41 수정 : 2014.02.07 10:01

 

국정원 시국회의가 6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연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국정원 대선개입 무죄 판결 규탄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용판 무죄 판결’ 각계 반응
시민단체 “국민들 공권력 신뢰못해”
야 “법·상식 벗어난 정치적 판결”
여 “재판부 판결 존중…당연한 결과”

국가정보원의 불법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법원이 6일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의 국정원 선거개입 축소수사 정황이 이미 드러난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어서 ‘정의가 사라졌다’고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검 도입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민의 참정권을 유린하고 대선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김용판 같은 사람을 무죄로 판단을 내리면 앞으로 국민들이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민들의 상식에 반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권력의 핵심부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부가 너무 쉽게 김용판 전 청장의 손을 들어줬다. 앞으로 특검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제2·제3의 김용판’이 나오리란 우려가 들끓었다. 서울지역 일선 경찰서의 한 과장급 간부는 “앞으로 경찰들이 정권이나 정치권의 눈치만 볼 수밖에 없게 됐다”며 “어떤 경찰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수사를 하겠냐”고 되물었다.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 박광온 대변인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과거의 부끄러운 판결만큼 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정치적 판결”이라며 “진실을 밝히려던 검찰총수를 ‘찍어내기’ 하고 수사팀장을 징계해 사실상 검찰 수사를 무력화시킨 박근혜 정부의 부단한 옥죄기 결과가 아닌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여야가 합의한 대로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관련 특검 도입 문제를 즉각 논의해 2월 임시국회에서 특검 실시 결론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무소속)의 새정치추진위원회도 논평을 통해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판결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는 특검을 통한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반면 새누리당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보였다. 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새누리당은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당연한 결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시국회의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무죄가 선거 부정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의 핵심부에 대한 수사가 전혀 진행되지 않은 만큼 향후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저녁 서울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민 등 2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집회를 열어 김 전 청장의 무죄 판결을 비판하고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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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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