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관련 사진
 KBS 노동조합은 27일 내놓은 노조 특보에서 길환영 사장이 지난달 19일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했다.
ⓒ KBS노조 특보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기사 보강 : 27일 낮 12시 15분]

길환영 KBS 사장이 지난 4월 19일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27일 오전에 내놓은 노조 특보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노조는 당시 기념사진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현장에 있던 10여 명의 진술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BS 측은 "길환영 사장이 사고 지점과 방송 현황을 파악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방송하는 취재진과 중계팀을 격려하기 위해서 팽목항을 방문했다"면서 "사장이 현장 중계팀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직원들이 잠시 휴대폰으로 함께 사진을 촬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길환영 사장, 세월호 사고 현장서 "사진 찍자"

노조 특보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전 길환영 사장은 국장급 이상 간부와 부장·지역국장·수행비서 등 10여 명을 이끌고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을 찾았다. 당시는 사고가 일어난 지 나흘째로, 구조대가 270여 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때였다. 길 사장은 KBS 기자들이 생방송을 진행하던 배에 올랐다. 사고 현장 200m 앞에서 떠 있던 배였다.

길 사장은 배 1층에 설치된 중계차를 둘러본 뒤 2층 갑판으로 향했다. 그는 생방송을 위한 간이 스튜디오 등에서 직원들을 격려 한 뒤, "이왕 온 김에 모두 사진 한 번 찍자"고 말했다. 이에 생방송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방송요원들이 나왔다. 한 직원은 노조에 "분위기도 그렇고 사진을 찍지 않으려 했는데, 사장이 오라고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국장급 인사가 휴대전화로 사장을 중심으로 15명가량이 도열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고 현장 관계자들이 전했다"면서 "이 인사뿐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각자 돌아가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관광지 등에서 흔히 단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그대로였다"고 전했다.

길환영 사진은 이후 다른 직원들과도 사진을 찍었다. 당시 사진을 촬영한 간부는 노조에 "사고 와중에 스태프들과 사진을 찍는다는 게 구설수가 되지 않겠는가 해서 찍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길 사장은 배에서 15분가량 머물다 돌아갔다.

노조는 "당시 현장에서는 휴대폰으로 찍은 단체 사진을 참석자들에게 전송하니 마니 하는 말들이 오갔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바로 다음날 기념사진 논란으로 정부 고위관계자가 즉각 직위해제되고 고위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국민적 비난을 사자 갑자기 쉬쉬하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고 강조했다.

노조 "길환영 사장, 사퇴하고 사죄해야"

노조는 "그동안의 취재로 확보한 다수의 증언이 일치함에 따라 당시 수차례 촬영된 단체 사진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눈치 챈 사측이 참석자들을 입단속 시키고 증거를 인멸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하고 이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또한 "어처구니없는 일련의 사태는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공영방송의 수장이 대규모 참사 현장을 방문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할지, 바람직한 재난 방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어떻게 행동하도록 독려하고 지도해야할지 등에 대한 최소한의 철학도 갖추지 못한 상식 이하의 행위였다"고 비판했다.

또한 "생사를 넘나들던 실종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예의를 갖추지 못한, 용서받을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였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길환영 사장의 사퇴와 사죄를 요구했다. 노조는 "KBS 사장의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를 전해드려야 하는 저희도 화가 나고, 부끄럽고, 죄송하다"면서 "사장직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 길환영 사장은 지금 당장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KBS 홍보실 "직원들이 잠시 휴대폰 꺼내 사진 촬영한 것"

KBS 홍보실은 이날 내놓은 입장문에서 "길환영 사장이 팽목항을 방문한 것은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 사장으로서 사고 지점과 방송 현황을 파악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방송하는 취재진과 중계팀을 격려하기 위해서였다"고 반박했다.

홍보실은 이어 "사장의 방문 행사에는 사보 게재 등 기록성을 위해 홍보실 사진요원이 수행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 방문은 현장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현장 스태프조차 방문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공식 촬영계획도 잡지 않은 상황이었다"면서 "사장이 현장 중계팀들을 격려한 자리에서 직원들이 잠시 휴대폰으로 함께 사진 촬영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시 중계차를 실은 페리는 높은 파도 때문에 주변 항구에 피항해 있던 상태로 구조 현장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었고, 피해자 가족들과의 접촉도 이뤄질 수 없는 장소였음을 밝힌다"고 전했다.
Posted by 어니엘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