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침몰사건' 2일째였던 지난달 17일 오전 전남 진도 인근해 침몰현장에 세월호 선수의 일부가 보이는 가운데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
ⓒ 이희훈 |
부산 동아대학교 교수들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무능과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동아대 교수 36명은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세월호 침몰은 무자비한 경쟁의 원리와 결과지상주의를 추구한 신자유주적 규제완화 그리고 민주적 책임의식의 결여가 빚어낸 참사"라고 규정했다.
특히 교수들은 우리는 정부의 사고 대처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은 "사고 이후 34일 만에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나올 때까지 정부는 자신의 무능은 아랑곳 하지 않고 언론과 여론을 통제하여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만 하였지 제대로 된 구조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였다"고 비판했다.
또 교수들은 정부가 내놓은 해양경찰청 해체가 "권력의 누수를 막아 정권을 연장하려는 정치적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졸속대책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과 공론화의 토대 위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세월호 참사가 인적 쇄신 없이 담당 부처를 폐지하거나 부서의 이름을 바꾸는 식으로 수습될 문제가 아니라며 "기업과 결탁한 관료조직을 혁파하고 국가의 재난시스템을 밑바닥에서부터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수들은 언론을 향해서도 강한 비판을 제기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는 '기레기'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만큼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한 언론의 적나라한 실상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며 "(언론은) 정권의 눈치만 보기에 바빴고 정부의 발표만 그대로 받아쓰기에 급급했다"고 밝혔다.
교수들은 4가지 요구사항을 통해 정부의 책임있는 사고 대처를 주문했다. 교수들의 요구사항에는 ▲ 실종자 전원 수습 ▲ 부적절한 처신을 한 공직자 및 관료에 대한 응분의 조치 ▲ 유가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단 구성과 정부기관의 대응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결과 공개 ▲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 강구 등이 담겨 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정형 동아대 교수 (경영정보학과)는 "사건이 발생한지 한달이 넘게 제대로된 대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미력하나마 우리의 목소리를 내서 사회 여러 분야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취지에서 성명을 발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동아대 교수 성명서 전문이다.
세월호 침몰은 무자비한 경쟁의 원리와 결과지상주의를 추구한 신자유주적 규제완화 그리고 민주적 책임의식의 결여가 빚어낸 참사이다. 우리는 인간의 존엄이 최고의 가치로 간주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효율과 수익을 내세워 이 지경으로 몰아간 자본의 야만성과 정권의 무능함을 똑똑히 목도하였다.
사고 이후 34일 만에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나올 때까지 정부는 자신의 무능은 아랑곳 하지 않고 언론과 여론을 통제하여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만 하였지 제대로 된 구조대책 하나 내놓지 못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분노를 넘어서 정부와 국가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고, 희생자를 최소화 할 수 있음에도 미숙한 대처로 더 큰 인명피해를 가져온 총체적 인재였다는 점에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하면서도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해양경찰과 안전행정부로 돌렸고 또 해양경찰의 해체라는 대책없는 극약처방을 내 놓았다.
해양경찰이 무능한 모습을 보였고 여러 가지 의혹을 남겼으나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해양경찰의 해체는 권력의 누수를 막아 정권을 연장하려는 정치적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졸속대책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과 공론화의 토대 위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기레기'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만큼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한 언론의 적나라한 실상을 만천하에 보여주었다. 언론은 현장의 실상을 왜곡하고 조작했을 뿐 아니라 적극적인 구조 대책을 요구하는 피해 가족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고, 정권의 눈치만 보기에 바빴고 정부의 발표만 그대로 받아쓰기에 급급했다.
또한 정부의 무능과 안일함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유언비어 유포로 둔갑시키고 '종북좌파'를 들먹이며 그저 "가만히 있으라."는 정부의 목소리만 대변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언론이 사회의 '감시견'(watch dog)의 직무를 수행하기는커녕 정치권력의 주구(走狗)가 되었음을 만천하에 알린 역사적이고도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번 참사는 근본적인 인적 쇄신 없이 담당 부처를 폐지하거나 부서의 이름을 바꾸는 식으로 수습될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돈벌이와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좀 먹으려는 자들, 즉 기업과 결탁한 관료조직을 혁파하고 국가의 재난시스템을 밑바닥에서부터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무능이 드러난 관료들과 국민의 눈과 귀를 통제하려 한 고위 공직자들은 끝까지 추적하여 처벌해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일벌백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참사가 한국 사회의 향후 진로에 대한 준엄한 심판자가 될 것임을 확신하며 다음과 같이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을 요구한다.
첫째, 대통령은 이번 사고의 대처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무능과 안이한 대처에 대한 무한책임을 통감하고 실종자를 전원 수습하라.
둘째, 이번에 무능이 드러나고 부적절한 처신을 했던 공직자 및 관료들에 대한 응분의 조치를 취하라.
셋째, 유가족 대표가 참여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참사의 직간접적 원인과 정부기관의 대응과정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하라.
넷째, 해양경찰 해체와 안전행정부 등의 조직개편 이전에, 책임을 면하기 위한 졸속대책이 아니라 국민적 공감과 공론화의 토대 위에서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재난시스템이 바로 설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강구하라.
2014년 5월 27일
동아대학교 교수
강신준,권치명,김광철,김기철,김성연,김완수,김재중,김종현,김학이,도성국,박경우,박수천,박유리,배흥규,신동규,신진,신홍철,여남회,오용득,원동욱,이기영,이범수,이영기,이정형,정문상,정태훈,정호원,정희준,조연성,조용수,최인택,하태영,홍성민,홍순권,황연수,황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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