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별들, ‘부끄러운 줄은 아셔야죠’

등록 : 2013.11.11 10:41 수정 : 2013.11.11 10:48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3.9.3/뉴스1

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31
4성 장군들에 둘러싸여 스스로 ‘선군’ 정치 주도해
군 예산 34조, 전력은 북의 80%라는 김관진 장관
이 말이 사실이라면 세금도둑이거나 사기꾼일 것

이 정부 출범 초기 의혹을 샀던 것 가운데 하나가 ‘선군’ 정치였습니다. 군대에서 총 한번 잡아보지 않은 여성 대통령의 주변을 4성 장군들이 에워쌌으니 당연히 나올 수 있는 말이었죠.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 박홍렬 청와대 경호실장 그리고 김관진 국방장관 등. 사실 전쟁기를 제외하고 대통령 주변에 이렇게 4성 장군 출신들이 잔뜩 포진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야 쿠데타를 했으니, 정부 전복에 나섰던 동지들을 많이 챙겨야 했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외교·안보·국방을 모두 맡기지 않고, 각자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했습니다.

게다가 육사 37기 출신인 동생 박지만씨의 존재는 ‘선군’의 주목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군 출신에게 권력이 몰리다 보니 말썽도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임명된 지 불과 6개월밖에 안 된 기무사령관을 경질하면서 나돈 지저분한 이야기들은 그 한 실례였습니다. 기무사가 국방장관을 사찰하다가 걸려 사령관이 잘렸다느니, 박지만씨 동기인 이재수 중장을 앉히기 위해 그랬다느니, 민간 정부 들어서는 별로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난무했죠. 이 중에서 유력한 관측은 박지만씨의 동기생인 이 중장을 기무사령관으로 앉혀, 기무사를 국방장관 보좌기구가 아니라 대통령의 친위 기구로 그 성격을 바꾸려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때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당시 보안사는 주요 군 지휘관을 관찰하는 것은 물론, 중앙정보부 등 중앙 권력기구에 대한 감시와 견제도 함께 했습니다. 이런 체제를 복원한다는 것이었으니, 선군에 대한 비아냥은 더욱 커지겠지요.

선군정치의 저작권자가 북한이란 건 잘 알 겁니다. 인민군대를 중심으로 경제난을 돌파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도입한 비상체제입니다. 남쪽의 극소수 주사파들은 이를 통해 북한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핵무장을 완성시켰다고 주장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선군정치가 북 체제의 경직성을 강화하고 개혁을 가로막아 체제 위기를 오히려 더 심화시켰다고 설명합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통적인 ‘당 우위’를 회복하려 한다고 하지만, 아직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고많은 것들 중에서 그런 선군정치에 빗대어 정부를 비난하고 있으니 기분이 나쁘겠지만, 돌아가는 양상은 그런 정치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사례는 많지만, 김관진 장관의 언동은 대표적입니다. 그는 엊그제 국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오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군의) 심리전의 일환.” 군이 국민의 사상과 이념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자부한 것입니다. 외적의 침탈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할 군이 국민의 생각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 경우는 아마 파시스트 선군체제의 군대를 제외하고는 없을 겁니다. 남재준 원장의 국정원이 지금까지 한 일이 너무 많으니 더 할 말이 없을 겁니다. 헌법과 실정법을 멋대로 어기는 이런 행태가 기승을 부리다 보니 별 셋 출신의 박승춘 보훈처장은 보훈처의 구실을 “이념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선제 보훈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우겼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대결이란 남북이 아니라 여야의 대결입니다. 야당을 종북으로 매도하며 비난하는 게 이념 대결이고 사이버 심리전이었습니다.

스스로 ‘선군’을 주도한 입장에서 대통령은 그런 행태를 즐기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신중했다면 그들이 어떤 부류인지 알고 했을 겁니다.

김관진 장관은 국회 예결위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해외 순방 중에 일어난 일이어서 보고를 받지 못했을 수 있겠습니다만, 이 나라의 군 통수권자이자 최고 인사권자로서 꼭 챙겨보시기 바랍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우리의 국방 예산은 34조원이고 북한은 우리 돈으로 1조원에 불과하다. 2. 한국의 전력은 북한의 80% 수준이다. 3. 그러나 단독으로 전쟁해도 북한은 멸망한다.(이틀 전 조보근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남북이 일대일로 붙으면 진다고 말했습니다.) 이 정권에서 국방을 책임지고 있다는 장관이 한 말입니다. 국민의 사상적 오염의 세탁까지 걱정하다보니, 정작 외적에 대한 준비태세는 엉망이었던가 봅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군에는 도둑놈들만 모였거나 아니면 사기꾼에게 놀아나는 바보들만 모여 있거나, 아니면 본인이 사기꾼이거나 할 겁니다. 국방비는 수십배 쏟아붓는데 전투력은 여전히 뒤처지고, 전투력은 뒤처지지만 싸우면 멸망시킬 거라고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긴 예산을 아무리 써도, 보온물통과 포탄을 구별 못하는 장군이 지휘했으니, 전투력은 형편없을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런 별들을 믿고 따르고 있는 분이 누군지 한 번 생각해보십시요.

새로운 군 통수권자라면 먼저 우리 군의 전투력을 평가하고 그 지휘관들을 평가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합동참모본부로 하여금 전투력 평가를 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는 남한이 북한의 88%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방비의 절대액을 쏟아붓는 육군이 특히 열세였다고 합니다. 북의 위협을 강조해야 군의 입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에 북은 과대, 남은 과소 평가했다는 지적이 뒤따르는 건 당연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출범 첫해인 2008년 가을 이번엔 국정원에 맡겨 전투력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1년 뒤 나온 평가는 북보다 10% 앞서는 것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북에 20%나 떨어지고 있다고 하니,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 군을 지휘한 이들은 그야말로 무능한 똥별이거나, 아니면 세금 도둑이거나, 그도 아니면 사기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는 장군 출신들이 그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2006년 ‘전시 군작전 통제권’ 환수를 놓고 갑론을박할 때 총대를 잡고 반대한 것은 그런 장성 출신들이었습니다. 특히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은 “(노 대통령의) 모욕적인 언사에 밤잠이 안 온다”며 항의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미국의 무기업체에 군사 기밀인 공군의 소요를 미리 빼돌리며 뒷돈을 받은 것이 12차례나 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무능에 도둑질까지 했던 것입니다. 그런 의혹에서 자유로운 별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진실로 밤잠 못 이루며 나라를 걱정하는 별들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을 그야말로 발 벗고 지원해야 했을 겁니다. 그 덕분에 전투력이 불과 5년 만에 북한을 추월했으니까요.

그때 노 대통령이 그런 이들이게 한 말이 있습니다. “그 많은 돈을 우리 군인들이 다 떡 사 먹었나…. 자기 나라, 자기 군대의 작전통제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서… 이제 와 회수하면 안 된다고 성명이나 내고, 그건 직무유기가 아닌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바로 그, 우리 군대를 엉망으로 만들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지금 최고 권력 주위에 즐비하다는 사실을 대통령은 기억해야 할 겁니다. 대통령과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문제입니다.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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