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설' 키우는 청와대의 거짓말
"사실 아니다"→"경위 파악"→"개인 일탈"

[取중眞담] 채동욱 혼외자식 의혹 개입, 신뢰 잃은 감찰조사

13.12.06 13:51l최종 업데이트 13.12.06 13:58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 "경위를 파악 중이다." → "개인적 일탈이다."

청와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의혹과 관련 불법 개인정보 유출에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거짓 해명도 반복되고 있다.

청와대는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이 제기된 채아무개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한 사실이 불거졌을 때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조 행정관이 조 국장과 대질이라도 하겠다고 한다며 관련 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는 내용을 기자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 감찰 조사 결과, 조 행정관 연루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셈이 됐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고의적인 거짓말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청와대가 조 행정관 지시 사실을 사전에 파악했더라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상을 파악 중이다' 정도의 신중한 대응에 나섰을 법한데, 오히려 강하게 부인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안의 중요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부실한 조사에 의존해 조 행정관의 말을 그대로 믿은 책임은 남는다.

청와대의 소극적 거짓말과 적극적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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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경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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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조 행정관에 대한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생겼다. 청와대는 "청와대에 윗선은 없다"며 "조 행정관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 감찰 조사는 하루 만에 끝났고 결과 발표도 서두르는 모양새였다. 결국 탈이 났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는 마땅히 공개했어야 할 중요한 사실을 숨기는 소극적 거짓말도 했고, 아예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적극적 거짓말도 했다.

먼저 청와대는 조 행정관이 '윗선'으로 지목한 안전행정부 김아무개 국장이 올해 5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숨겼다. 직접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숨겼다는 점에서 소극적 거짓말에 해당한다. 이 사실은 언론의 취재로 드러났다.

게다가 청와대는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인 이재만 총무비서관을 감찰 조사했는지에 대해서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 정계 입문 당시부터 보좌해온 핵심 측근이다. 정호성·안봉근 제1·2부속비서관과 함께 '문고리권력 3인방'으로 불린다.

만약 이 비서관을 조사했다면 그 사실을 숨길 이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직접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부실 조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심이 생긴다.

김 국장의 청와대 근무시기, 왜 숨기려 했나

그런가 하면 청와대는 김 국장의 청와대 근무 시기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 국장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 선임행정관으로 올해 2월 25일까지만 근무했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김 국장은 직접 올해 5월까지 근무했다고 밝혔다.

당시 민정수석은 채동욱 전 총장 찍어내기 배후로 거론되고 있는 곽상도 전 수석이었고, 두 사람은 모두 성균관대 출신이라는 학연으로 얽혀있다. 김 국장이 만약 조 행정관에게 지시를 한 게 사실이라면 그 동기와 경위 파악에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을 숨긴 것이다. 청와대가 두 사람의 관계가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부실한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거짓 해명을 하고 있는 것은 개인정보 조회를 지시 한 윗선으로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나 이재만 비서관이 언급되면서 확산되고 있는 '청와대 배후설'을 막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 비서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관련 개인정보 수집 지시를 내렸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박근혜 정부가 맘에 들지 않는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대통령의 최측근이 불법사찰을 지시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사건의 경위를 제대로 밝히지도 않은 채 서둘러 청와대는 무관하다는 감찰 결과를 발표한 것은 윗선 꼬리자르기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특히 조 행정관의 검찰 소환을 앞두고 검찰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사건 실체를 숨길 수 있겠느냐"며 부인하고 있다.

검찰, '개인적 일탈'로 규정한 청와대 정조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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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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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청와대의 반복된 거짓말은 이 같은 해명의 신뢰성에 큰 흠집을 내고 있다. 사건을 축소하는 데 급급한 것처럼 보이는 청와대의 태도가 오히려 청와대가 이번 사건의 '몸통'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가 키운 의혹 해명의 공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의심 받는 청와대의 해명이 사실인지 아닌지 밝혀내는 것은 검찰의 몫이 됐다. 청와대도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나머지 사실들은 검찰이 수사해 밝혀낼 사안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5일 안행부 김 국장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 후 지휘하게 된 첫 사건이다. 청와대와 국정원 등 권력 핵심부가 걸려있는 사건이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김 총장은 취임사에서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청와대가 관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갈 경우 검찰의 위상 추락은 물론, 김 총장의 리더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 성격을 '개인적 일탈'로 규정한 청와대를 상대로 검찰이 얼마나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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