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어 '대선불복' 첫 선언
"반장선거도 부정 인정 안 해"

[인터뷰] 장하나 민주당 의원 "국정원 트위터 글 2200만건 보도 후 결심"

13.12.08 20:40l최종 업데이트 13.12.08 23:13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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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8일 지난 대선에 대해 '불복'을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 장하나 의원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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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금기어, '대선 불복 선언'이 터져 나왔다. 그것도 36살 청년 비례대표, 장하나 의원의 입에서다. 그는 8일 오후 개인 성명을 통해 "부정선거, 불공정선거로 치러진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민주주의 실현"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했다. 내년 지방선거 때 대통령 보궐 선거를 같이 치르자고도 했다.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민주당은 "장 의원 개인 생각일 뿐이며, 당론과 다른 의견 표명은 유감스럽다"고 입장표명했다. 그동안 '대선불복'을 금기시하며 "한 번도 대선 불복을 선언한 적 없다"는 것이 공식입장이었던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장 의원 성명을 '개인의 정치적 일탈'이라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부정선거'를 얘기하면 '대선 불복하겠다는 거냐'며 민주당을 공격해 왔던 새누리당은 호재를 만났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즉각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정국은 순식간에 '대선 불복' 흐름에 휩싸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장 의원은 "(상당한 파장을) 예상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는 "국정원 트위터 글이 2200만 건 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여기에 책임이 있는 청와대에서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었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런 국론 분열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대통령 사퇴 후 재선거를 하는 거라고 봤다"고 말했다. 대통령 보궐 선거를 통해 정부 여당이 재신임을 받으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 및 보궐선거가 가능하다고 보냐는 질문에는 예상 외로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성명 발표 후 새누리당이 공격할 것이고 예산안과 각종 법안들이 볼모로 잡힐 수 있다는 생각"은 그 역시도 했다.

"(국정원 직원이 유포한) 121만 건 트위터가 드러나고, 검찰의 공소장이 변경 됐을 때" 이미 대선 불복 선언을 생각해 온 그로서는 추가로 드러난 트위터 '2200만 건' 앞에서 더 이상 가만히 있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대선 불복 선언을 '개인적 정치적 일탈'로 규정 지은 당의 공식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장 의원은 "당론과 내 의견이 다름을 인정한다, 그 점에서 송구스럽다"며 "(그러나) 국회의원은 다양한 입장을 대변한다, 내가 당을 떠나서 존재하진 않지만 의원 한 사람으로서 책임있는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명 발표 직후 물의를 끼친 점에 대해 책임을 지고 원내부대표직을 사퇴했다.

그는 자신에게 '막장 드라마'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새누리당을 향해서는 "내게 막장이라고 할 상황이 아니"라며 "정부 여당이 '부정선거였다는 사실과 대통령이 부정선거 수혜자라는 사실'에 불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여당이 부정선거였음을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내 주장은 차분하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안 정국이다 보니 상식적인 많은 얘기들이 '북한의 지령' 이런 식으로 돼 버린 게 아니냐"고 일갈했다.

다음은 장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사퇴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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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대선 불복을 선언하고,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했다.
ⓒ 장하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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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 파장이 벌써부터 크다.
"예상은 했다."

- '사퇴 촉구' 제안이 현실 가능성 있다고 보나.
"없다고 본다. 박 대통령이 사퇴하진 않을 거다. 내가 이런 성명을 발표하면 새누리당도 공격할 것이고, 내 발언을 빌미로 삼아서 대통령의 공약 파기가 묻히고 예산안과 각종 법안들이 볼모로 잡히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내 발언 관련 논란이 국회 일정에 차질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도 상임위 일정 등에 대해 변함없이 임할 것이다. 여기에 모든 걸 걸고 반드시 관철해 내겠다, 이런 건 아니다."

- 그런데도 발표한 가장 큰 이유는 뭔가.
"가장 컸던 건, 국정원 트위터 글이 2200만 건 있다는 보도였다. 여기에 책임있는 청와대는 어떠한 입장 표명도 없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었다. 이런 점이 성명을 발표하게 된 가장 큰 문제의식이다. 이미 검찰 수사 결과, 부정선거임이 확인된 거 아니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 그리고 개인적 일탈이라고 할 수 없는 2270개의 트윗 계정, 2200만 건의 트윗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은 특검을 수용하지 않았고,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청와대 행정관까지 연루됐음이 드러났다. 또 정부가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정황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진상 규명에 의지가 있는지, 신뢰가 없다. 이 상황에서 재판부 판단으로 가면 임기 말까지 갈 텐데… 국론 분열을 해결할 방법은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한 후 빠른 시점에 보궐 선거를 하는 거라고 봤다. 이로써 정부 여당이 재신임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제안한 거다."

- '대선 불복' 선언을 처음 생각한 건 언제인가.
"121만 건 트위터가 드러나고, 검찰의 공소장이 변경 됐을 때 이미 생각했다. 개인적 일탈이라고 볼 수 없는 조직적 선거 개입, 국정원의 문제다. 부정선거이기 때문에 재선거를 얘기하는 거다. 여기에 청와대가 개입했냐 아니냐로 부정선거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진상 규명 기회와 시간이 1년이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게 유감이고 안타깝다."

- 민주당에서는 장 의원 성명에 대해 유감을 표명을 하며 개인 성명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개인의 정치적 일탈'로 규정한 거 같다.
"당론과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개인 성명을 발표했던 거다. 내가 원내대표단에 속해 있고 부대표라는 당직을 맡고 있어서, 성명 발표 후 새누리당에서 논평 등이 발표되자 전병헌 원내대표에게 전화해 사퇴하겠다고 말씀 드렸다. 당 지도부나 당론과 내 의견이 다름을 인정하고 있고, 그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다. 그럼에도 '개인적 일탈'은 국정원 직원이 하는 거고 내가 개인적 일탈을 한 건 아니라고 본다. 국회의원은 다양한 입장을 대변한다. 내가 당을 떠나서 존재하진 않지만 의원 한 사람으로서 책임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 원내대표의 반응은 어땠나.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상황상 (내게 쏟아지는 비판을) 막아주기 힘드신 걸 이해한다."

"대통령은 부정선거의 수혜자... 정부 여당은 이를 인정해야 한다"

- 민주당 지도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생각하나.
"미온하다고 보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공약을 파기하고, 경제 민주화에 대해 입 닦으면서 뭐든지 볼모로 잡고 흔들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해한다."

- 특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대통령이 져야 할 정치적 책임과 여야가 국회에서 특검을 도입해서 진상 규명하는 건 다른 문제다. 때문에 특검 수용 촉구는 유효하다. 특히나 트윗글 2000만 건이 나온 후에는 더욱 그렇다. 특검은 당론이다. 현재 검찰이 수사를 못해서가 아니라, 청와대가 수사를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 않나. 그래서 특검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 다른 초선 의원들과 상의하진 않았나.
"의견을 같이 할 분들이 있나 여쭤 봤지만 (뜻을 함께 할) 상황은 아니었다. 상황에 대한 판단이 비슷한 분들은 많았지만 입장 표명은 또 다른 문제이지 않나."

- 새누리당에서 '대선 불복'을 고리로 민주당을 공격할 것이 자명하지 않나.
"정부 여당이 '부정선거였다는 사실과 대통령이 부정선거 수혜자라는 사실'에 불복하는 상황이다. 정부 여당이 검찰 수사 결과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문제다. (대통령이) 의도 하지는 않았겠지만, 부정선거의 수혜자일 수밖에 없지 않나. 이미 수사 결과로 나타난 사실이다. 이점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반장선거도 부정선거였으면 그걸 인정할 수 있겠나."

-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사실 모르겠다. 내 의견과 당론과는 차이가 있지만… 오늘 표명한 뜻은 유효하고 확고하다. 이로써 당에 물의를 끼친 점은 매우 송구스럽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검찰 수사 결과 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상황이다. 나를 향해 '막장이다' 이럴 상황이 아니다. 내 주장은 차분하고 상식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공안 정국이다 보니 상식적인 얘기들이 '북한의 지령' 이런 식으로 돼 버린 게 아니냐."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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