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난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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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의 책임을 지고 정 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하자 국정 공백을 우려하여 다음 총리의 임명 때 까지 사표수리를 유보하고 수첩을 뒤적거리다 드디어 한 사람을 찾아냈다. 고르고 또 골라서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고 국회에 청문요청을 하였다.
그러나 무난히 통과 되리라 믿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은 청문회장에 들어서 보지도 못하고 전관 예우라는 돌 뿌리에 걷어 채여 넘어지고 말았다. 너무도 허무하게 총리자리를 놓지고 말았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애석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에 정부여당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불운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였는지도 모른다.
이에 당황한 박근혜 정부는 보물단지처럼 모셔둔 수첩을 뒤적이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어느 귀퉁이 하나라도 놓지지 않고 꼼꼼히 살폈을 것이다. 이번만은 틀림없이 무난하게 청문회를 통과하겠지 하고 최종적으로 선택한 보수언론인 문창극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발표를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박근혜대통령의 희망사항이었을 뿐 안대희 대법관을 쓰러뜨린 돌 뿌리의 몇 배나 더 큰 암초가 가로놓여 있었다. 날이 갈수록 국민여론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추락으로 나타나자 현기증을 느낀 정부여당은 그를 극진히 옹호하던 자세에서 급선회하여 “물러가라 못 살겠다.”를 외치고 말았다.
버티고 버티던 문창극 후보가 새누리당을 저주하며 자진사퇴를 하자 새누리당은 겉으로는 안타깝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민주연합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규정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말았다.
두 달 동안이나 보류해 두었던 정 홍원 총리의 사표를 반려하고 유임을 발표한 것이다. 아무리 수첩을 뒤져봐도 이제는 내세울 사람이 없는 지경에 이르러 버린 것이다. 4년간은 우려먹어야 할 수첩이 1년 반 만에 부도가 났으니 이를 어떡할 것인가?
박근혜 정권의 최대 이슈였던 개혁은 강 건너 등불이 되고 말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또한 세월호의 대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것으로 되어 버리고 만 셈이다. 정말 서글프기 한이 없는 현실이다. 왜 무엇 때문에 수첩을 접어놓고 시야를 넓혀 인제를 골라내지 못한단 말인가. 적폐를 척결하고 국정을 개혁할 인재를 골라내지 못하니 모든 것이 헛구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쌓여간다.
그래도 여당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정권을 찬양하며, 국민 앞에서는 혹세무민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타 먹는 사람들이 국민의 얼굴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은지 참으로 흉측해 보이기까지 한다. 국가의 삼요소가 무엇인가를 안다면 이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당(自黨)의 정권이라 하더라도 잘못한 것은 잘못한다고 말하고 고쳐 나가는 의지를 보여야 훌륭한 정치인이 아닌가 말이다. 아부와 아첨으로 일생동안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살면 그만이라는 저질적인 사고방식으로 현실에 안주한다면 그것은 돌부리에 걷어 채여 넘어진 안 대희, 문 창극과 무엇이 다른가. 여 야를 막론하고 이 시국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퇴보해 가는 이 나라의 운명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한겨레 커뮤니티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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