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겨레大기자 朴폭격탄, 우와 大기자답네요. [32]

김동철 (sjin****)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 있다. 2014.8.18 (서울=연합뉴스)

 

오늘도 화장을 고치며…

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73

 

예정에 없던 명동성당 방문, 방송사는 얼굴 잡느라 진땀

당신에게 교황부터 시장까지 ‘화장 소품’ 아닌게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화장발이라도 감출 수 없는게 진실입니다

 

‘대통령 얼굴을 6번이나 잡았습니다. 생중계 담당 팀장과 피디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나무라지 마세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떠나던 날 명동성당에서 교황은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집전했습니다. 이진원 의정부 녹양동성당 주임신부는 예정에도 없던 한국방송의 티브이 생중계 화면 배치를 자문하기 위해 방송차에 탔습니다. 애초 계획에 없던 대통령의 참석에 따라 하게 된 것 같았습니다. 성당 쪽은 청와대의 뒤늦은 요청에 따라 울며겨자먹기로 공동미사 집전 시 사제들이 앉는 곳에 대통령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애초 쌍용차, 강정마을, 밀양 등 이 땅의 고통받는 분들을 위해 배정했던 자리였는데, 박 대통령이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때 뒷얘기를 이 신부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은 이렇습니다.

 

‘아마도 그 자리가 미사를 집전하는 교황의 모습과 함께 박 대통령의 얼굴이 화면에 잘 잡힐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곳은 조명이 미약하고, 교황 뒤에는 주교 복사들이 서 있어 화면에 잡히기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중계가 시작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된 담당 피디와 팀장은 발을 동동 굴렀다. 대통령의 잘 화장된 얼굴은 아예 안 잡히거나 잡히더라도 어둡게 나왔다. 그들이 안간힘을 썼지만 대통령 얼굴은 화면에 6번 정도만 잡혔다. 게다가 교황이 나가면서 상당 시간 인사말을 나누긴 했지만, 바티칸 티브이가 근접 촬영을 하는 바람에 그 멋진 순간을 잡을 수 없었다.’

 

본사에선 매우 예민했던 것 같았습니다. 교황이 퇴장하기 직전, 화면에 몇번이나 나갔는지 확인하는 전화를 해올 정도였습니다. 이 신부는 생중계를 맡았던 현장 책임자들이 걱정되었나 봅니다. 박 대통령 얼굴이 잘 나가지 않은 것은 ‘미사의 집전자에게 배정된 자리에, 냉담자도 아닌 개종자를 주교님과 함께 어두운 곳에 앉게 한 사람’, ‘주교 복사가 있어 뒤를 가린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 자리에 앉게 한 사람들 책임’이라고 변호해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위안부 할머니들 뒷자리에 배정해서 할머니들과 함께 나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강정, 밀양, 쌍용차 주민들을 뒤로 보내지 말고, 그들과 함께 앉아 있는 화면을 내보냈으면 어땠을까요. 그 자리는 조명도 좋은 자리였는데…’라고 썼습니다. 교황의 아우라를 이용할 수 있는 동영상을 잡아 대통령 선전에 이용하려 했던 자들의 지저분한 욕심, 그리고 대통령의 깨끗지 않은 의도를 에둘러 꼬집은 것입니다. 그들의 의도 속에서 교황은 그저 대통령의 이미지를 화장하는 소품이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게 어디 그때뿐입니까. 머잖아 ‘세기적인 눈물’로 기억될 5월19일 담화 때 흘린 눈물도 실은 저의 본심을 감추고 국민을 속이려는 화장용 소품이었습니다. 악어의 눈물이라고요? 아닙니다. 악어는 본능적인 것이고, 대통령은 의도와 기획에 따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눈물 덕택에 세월호에 갇힌 300여 생명을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하고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유가족을 청와대에서 단 한 번 마지못해 만났을 때도 준비된 눈물을 찍었죠.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찾아 시장관계자 및 상인들과 간담회를 마친 후 시장을 돌아보며 시민 및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2014.08.22 【부산=뉴시스】

 

대통령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한 것이니 누가 거짓이라 생각했겠습니까. 담화문에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말했고, 유족과의 만남에선 ‘진상 규명에 유족 여러분의 여한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 거기에서부터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켜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고, 청와대는 오히려 진상 규명에 걸림돌이 되었습니다. 국정조사는 청와대 벽에 막혀 진실 근처에도 못 가고 종료됐습니다. 진실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의 권한과 기능 문제는 정쟁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대통령의 눈물은 눈속임의 화장용일 뿐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당일 청와대 행태는 가관이었죠. 청와대는 사태 파악과 구조는 내팽개친 채 ‘구조 모습을 담은 동영상 올려보내라’고 안달복달했습니다. 그 긴박한 시간, 청와대에 중요한 것은 화장발이 좋은 선전용 동영상이었습니다. 때문에 그나마 구조에 뜻이 없던 해경은 엉뚱한 일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교황이 방한했을 때도 대통령은 계획을 바꿔 직접 서울공항에서 영접하며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귀한 손님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 그 역시 교황을 소품으로 이용하려는 것이었을 겁니다. 마지막 미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참사 이후 대통령이 시민들과 만나기 위해 출타한 곳은 시장이었습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김포 직거래시장을 들렀습니다. 그리고 열흘간 계속됐던 유가족들의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농성이 시작되던 날 대통령은 부산 자갈치시장으로 떠났습니다. ‘유통 재벌’의 횡포에 대한 규제를 사실상 방치해 재래시장 상인, 소상인들 다 죽게 해놓고 무슨 염치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곤경에 처할 때마다 혹은 선거철 으레 찾아가는 곳이 재래시장입니다. 시장 할머니들을 소품 삼아 ‘조실부모의 불쌍한 박근혜’ ‘인자한 육영수 닮은 박근혜’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데 그곳만큼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일까요.

 

교황부터 시장 할머니까지 당신에겐 화장용 소품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물론 국민들이 속아 넘어가는데 뭐라 까탈을 부릴 게 있겠습니까마는 이것만은 기억하십시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했던 김병준씨가 한 중앙언론사 기자에게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2006년 초였다. 청와대 참모진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경기가 너무 안 좋으니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찾아 상인들 손을 잡고, 목도리라도 둘러주시라’고 건의했다. 대통령은 거부했다. 며칠 뒤 참모진이 같은 건의를 반복하자 노 대통령은 역정을 냈다. ‘나보고 자꾸 시장 가라는데, 내가 가서 뭐가 달라지나. 선거 때면 쇼가 필요할지 모르지. 또 내가 교수나 종교 지도자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이리저리 해서 경기를 살릴 테니 조금만 참아달라는 구체적인 대안을 당신들이 갖고 오면 당연히 상인들을 만나겠다. 그런 것도 없이 무조건 만나라고 하면 어떡하나’라는 일갈이었다.”

 

이 매체는 이를 근거로, 따라서 박 대통령은 김영오씨를 면담할 이유가 없다는 이상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 사례는 박 대통령의 습관적인 시장 방문의 선전·선동성을 반추하는 데 필요할 뿐이지 세월호 유가족 면담을 기피하는 데 이용할 사례는 아닙니다. 대통령은 서민경제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시장에 가서 화장용 소품을 구할 때가 아닙니다. 이 나라의 식도를 꼭 막고 있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 중요한 문제가 없습니다. 정치권에서 못하면 대통령이 하면 됩니다. 사실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결심입니다. 그것을 막고 있는 것도 사실 청와대입니다. 정치권에 떠넘기지 마십시오. ‘나부터 철저하게 조사를 받겠다’고 천명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때처럼 야당 혹은 유가족이 추천한 인사를 특검으로 임명하겠다고 하면 됩니다. 그걸 왜 정치권에 미룹니까.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화장발에 자주 속고 또 미혹당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화장품으로도 지울 수 없는 게 세월의 흔적이고, 감출 수 없는 게 진실입니다. 가수 왁스가 부른 ‘화장을 고치고’란 노래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나, 그런 나를 사랑했던 너, 너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화장을 고치는’ 여자에 관한 것입니다. ‘국민에게 해준 건 아무것도 없고, 화장만 고치며 국민을 낚으려는 대통령!’ 참으로 착잡한 일입니다.

 

곽병찬 대기자 chank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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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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