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당
국정원·검찰이 정치, 당은 뒷바라지” 이재오 ‘정치력 부재 책임론’ 쓴소리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ㆍ“국정원 셀프개혁 말이 되나… 김학의 사건 등 특검 수용을”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68·5선)은 13일 “(박근혜 정부 출범 후) 1년여 동안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정치 중심에 섰고, 여당이 뒷바라지와 지원사격을 하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정원 개혁을 자기들 스스로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서 넘겨야 한다”고 했다.

당내 비주류인 친이명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이 의원은 이날 작심한 듯 당 지도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국정원의 ‘셀프 개혁안’을 중심으로 검토해보자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13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 지도부의 정국 대응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이 의원은 “국정원이 회의록을 공개하면서부터 정국이 꼬였다”며 “전에도 국정원장 물러가라고 했지만 댓글을 비롯한 국정원 문제로 인해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됐다”고 지적했다.

야권연대의 고리가 되고 있는 특검 요구도 일부에 한해서는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서 ‘성접대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이후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검찰총장도 갈고 서울중앙지검장도 사표 내고 난리치면서, 자기 식구는 무혐의 처분하는 것을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김 전 차관 사건은) 특검을 해야 한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당에서 아무도 안 하니까 오랜만에 지적했다”고 했다.

앞서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도 “여당은 국정원과 검찰 뒷바라지하다가 볼일 다 봤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여당 책임론도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국회 의사일정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민주당을 향한 성토가 주를 이루던 새누리당 내부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던 발언이었다.

그는 “여당에 정치력 부재의 책임이 돌아올 수도 있다”면서 “대야 전략을 좀 새롭게 짜서 성숙된 모습으로 야당에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여당의 현 상황을 “야당이 무엇을 하면 만날 반대하고 싸우고, 국정원이나 검찰이 무엇을 내놓으면 그것을 옹호하고, 청와대가 한마디 하면 그것 감싸기 바쁘고…”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해서는) 국민들이 우선은 넘어가지만 여당을 장기적으로 (야당과) 똑같이 피곤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두 달 전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비판적 색채는 더욱 뚜렷해졌다. 이 의원은 지난 9월11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새 정부가 들어선 지 7개월이 다 돼가는데 화해·상생·화합이라든지 하는 말들은 거의 사라지고 대립·갈등·분열이 자리 잡아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새누리당을 포함한 여권의 기조가 대결과 갈등을 통해 국민들을 분할통치를 하려고 생각한다면 이것 역시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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