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달달 외운다고 재벌이미지 없어지나?
서울시장 새누리당 후보들의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김황식 예비후보와 정몽준 예비후보 간의 '백지신탁' 공방은 네거티브와 검증이다라는 말싸움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4월 11일 정몽준 예비후보는 김황식 예비후보의 백지신탁 공세에 "김황식 후보측분들이 국어 실력이 그렇게밖에 안 되나?"라며 김 후보의 백지신탁 공세에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김황식 후보는 정몽준 예비후보의 '재벌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 정몽준 예비후보는 안간힘을 써가며 '재벌이미지 공세'를 막아내고 있습니다.
정몽준 예비후보가 가진 재벌이미지, 그냥 이미지인지 그 속에 과연 진심이 담겨있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버스비 70원 이후, 물가 달달 외우는 정몽준'
요새 정몽준 후보가 제일 많이 외우고 보는 서류는 '공약'이 아니라 '생활물가 정보'입니다.
국민일보 유성열 기자가 쓴 여의나루를 보면 지난 9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간 TV토론에서 정몽준 후보는 토론직전까지, 돼지고기 한 근 가격 등이 적힌 생활물가 정보를 외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공약집을 외우고 검토할 때 정몽준 예비후보가 생활물가를 외우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에게는 '버스비 70원'이라는 연관검색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당 대표 경선을 앞둔 라디오 토론회에서 공성진 의원은 정몽준 후보에게 버스비가 얼마인지 물어봤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을 했는데, 요즘은 카드로 계산하지 않습니까. 한 번 탈 때, 한 70원 하나?'라고 대답해 많은 네티즌들로부터 비난과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정몽준 후보는 이후 '서민 물가도 모르는 재벌'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돼지고기 한 근, 배추 한 포기, 고등어 가격 등을 외우고 있습니다.
정몽준 예비후보의 이런 노력은 사실 그다지 필요성이 없습니다. 매번 아내와 장을 보는 아이엠피터도 대략 가격 수준만 알지, 정확히 돼지고기 한 근이나 배추 한 포기 가격을 모릅니다.
문제는 그의 삶이 꾸며졌다는 점에 있습니다. 즉 교통카드를 내밀면서 학생용인지조차 모르고 그저 누군가 알려주지 않고는 모르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연애를 책으로 배웠어요'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저 책을 가지고 배운 지식은 죽어있는 지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말입니다.
정몽준 예비후보가 보좌관이 준 서류로 생활물가를 백날 외워봤자, 진짜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그들의 어려움과 희망이 무엇인지는 제대로 모를 것입니다.
'정몽준의 백지신탁 피하기, 방법은 많다'
정몽준 예비후보에게 쏟아지는 '백지신탁' 부분은 사실 정 후보의 말처럼 당장 법적인 논의가 될 필요성은 없는 부분입니다.
2005년 도입된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취임 1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금융기관에 백지신탁을 하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정몽준 예비후보가 가진 주식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현재 정몽준 예비후보가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율은 10,15%(771만7천769주)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주식가치를 따지면 무려 1조 9천억 원입니다.
정몽준 후보가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이후 현대중공업 주식 관련 백지신탁 문제가 본격적으로 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아마 정몽준 후보는 현대중공업이 서울시장과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주장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호텔 현대,하이투자증권 등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몽준 후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현직 프리미엄을 통해 어떻게든 주식을 계속 보유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아마 본선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정몽준 예비후보는 김황식 예비후보의 공격과 본선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백지신탁'을 아마도 '아산나눔재단'에 기탁하겠다는 방식으로 모면할 수 있을 수 있습니다.
정몽준 예비후보의 이런 주식기탁은 대외적으로는 모든 재산을 내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현대가의 현대중공업 지배력은 그대로 존속할 수 있는 꼼수에 불과합니다.
'아산나눔재단'에 현대중공업 주식을 기탁해봤자, 명예이사장이 정몽준 예비후보이기 때문에 그의 사람들이 그의 명령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정 후보의 장남이자 현대중공업 수석부장인 정기선씨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증여세를 내고 아들에게 주식을 물려주나, 아산나눔재단에 주식을 기탁하나, 재벌 오너의 지배력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결국, 정몽준 예비후보는 백지신탁을 회피하는 방법은 알고 있고, 그저 선거에 영향을 끼치지 않게 여론만 다독이면 될 뿐입니다.
' 재벌과 정치의 만남, 빈부 격차 더 심해져'
정몽준 예비후보는 자신이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연봉 1만 원'을 받겠다고 합니다. 뉴욕 전 시장이었던 블룸버그를 따라 한 공약입니다.
정몽준 예비후보는 연봉 1만 원만 받겠다고 했지만, 과거 26년 동안 한 번도 세비를 반납한 적이 없습니다. 재산이 수조 원이 넘는 재벌 국회의원이었지만, 세비는 꼬박꼬박 받았던 것입니다. ( 7선 26년 동안 평균 대표 발의 0.5건에 불과)
정몽준 예비후보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낸 세금은 124억입니다. 당시 조진형 의원은 재산 819억에 141억원의 세금을 냈었는데, 재산이 더 많은 정몽준 후보가 오히려 세금을 더 적게 낸 것입니다.
"반값등록금 공약하면 망국노"라고 주장했던 정몽준 후보는 이제 시장을 돌아다니며 서민코스프레를 하고 있습니다.
정몽준 예비후보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임하면서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롤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L.P 창업자이자 개인자산 180억 달러를 보유한 블룸버그는 2001년 공화당 후보로 나와 뉴욕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정몽준 예비후보는 서울시장 출마 전에 블룸버그를 만나 재벌이 어떻게 뉴욕시장으로 성공할 수 있느냐를 배운 듯합니다. 그러나 정 후보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블룸버그가 뉴욕시장에 재직하고 난 뒤에 뉴욕시는 오히려 인권침해와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습니다.
블룸버그의 정책이 잘못됐다는 가장 큰 증거는 후임 뉴욕시장 블라지오가 '부유세 신설' 등을 통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다는 점입니다. 전임 블룸버그 뉴욕시장의 문제점을 시민들이 투표로 보여준 것입니다.
올바른 기업인이 그의 경험을 토대로 정치에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몽준 예비후보의 롤모델이었던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통해, 이미 재벌 정치인이 어떻게 서민을 힘들게 할 수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돼지고기가 얼마인지 몰라도 됩니다. 그러나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시민들이 왜 돼지고기 한 근조차 쉽게 사 먹지 못하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서민의 삶은 달달 외우고, 시장에서 상인들과 사진 찍는다고 느껴지고 알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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