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질문, 준비된 답변…‘끝장 토론’ 맞아?

등록 : 2014.03.20 19:52수정 : 2014.03.21 09:18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160여명의 민간·정부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규제개혁 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찬반 논쟁 없이 박 대통령이 공무원 질책할 때만 잠시 ‘긴장감’
지상파 3사·포털 등 4시간 생중계…“전례 없는 정권 홍보” 비판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는 종료시간을 정하지 않는 ‘끝장 토론’을 예고해 애초 치열한 논쟁이 예고됐다. 회의도 예정시간을 세시간이나 넘겨 밤 9시까지 진행됐다. 그러나 열띤 토론보다는 중소상공인들이 정해진 틀에 맞춰 현장의 불만을 이야기하고, 담당 부처 장관 등 공무원들이 이에 대해 “시정하겠다”고 답하는 등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리는 ‘공식 행사’에 더 가까웠다. 민간 참석자들은 대부분 미리 써 온 원고를 읽는 것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혔고, 주무 장관들은 준비한 답변을 내놓았다. 예상치 못한 돌발 질문이나 찬반 격론은 없었고, 전반적인 분위기도 딱딱함을 떨치지 못했다.

무거운 분위기에서 자유로운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유일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과 마무리발언 외에도 중간중간 논의에 참여하고, 공무원을 질타할 때는 잠시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의 ‘손톱 밑 가시’ 규제 개선이 더딘 것에 대해 민관합동 규제개선 추진단 공동단장인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에게 “추진단에서 ‘손톱 밑 가시’ 개선을 추진했는데 아직도 90개가 해결을 못 보고 있다. 이른 시일에 완료하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회의가 예정된 시간을 1시간30분이나 지나자 사회자가 저녁 7시 반께 “10분 쉬는 게 어떻겠냐”라는 의견을 내었고 박 대통령은 “그냥 진행하는 게 낫겠다”고 말해 회의는 쉼 없이 계속 진행됐다.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규제 개혁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그동안 대통령 주재 회의에 대기업 회장들이 주로 참여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견·중소·벤처기업 대표들이 여럿 참여했다. 강신철 네오플 대표, 윤재균 제이케이(JK)필름 감독 등이 대표적이고, 자영업자 대표로 김미정 정수원돼지갈비 사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는 영국의 규제개혁 성공 사례를 얘기했고, 시민단체와 언론계 종사자,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공무원도 토론자로 나섰다.

언론계에서는 국정 홍보 방송인 <한국정책방송>(KTV) 외에 지상파 3사와 포털사이트에서도 이날 회의를 생중계한 것에 대해 “전례 없는 정권 홍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에스비에스>(SBS> 등 지상파 3사는 전날 갑작스럽게 기존 편성 계획을 변경해 생중계에 나섰고, 지역 민방 <오비에스>(OBS), 종합편성채널 <티브이조선>,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도 생중계를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이날 사옥 로비에서 손팻말 시위를 벌이며 “중계방송은 국제·국가 차원의 행사 등에 한정해야 하는데 청와대 회의를 중계한 전례는 없다. 국영 또는 관영으로 전락한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영근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행사 주최 쪽의 직간접 요청에 의하지 않고 자체 판단으로 240분 동안 생중계했다고 하면 누가 믿겠느냐” “청와대 기획의 직간접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최현준 최원형 기자 haojune@hani.co.kr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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