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홍명보 감독의 귀국 기자회견은 몹시 실망스럽고 원론적이었다. 솔직히 말해 패배의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만 물을 수 없듯이, 그 역시 자신의 생각을 좀 더 진솔하고 자신 있게 밝혔어야 옳았다. 그는 ‘선수들이 소속 팀에 돌아가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해 패배의 책임이 노력하지 않은 선수들에게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아쉬운 부분을 묻는 질문에는 ‘알제리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의 패배’를 들었다. 아마도 이길 것이라는 자신의 기대가 빗나간 것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알제리는 16강에 올랐고, 그들의 실력은 우리가 평가한 것과는 달랐다. 애당초 우리가 생각한 것처럼 16강의 제물이 될 정도의 약팀이 아니었다. 만약 전력분석을 위해 그들의 경기를 보았다면 그 경기를 본 사람이 어떻게 평가를 했었는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거취 문제를 물었을 때도 ‘장거리 여행’을 핑계로 명확한 답변을 피해 나갔다. 홍 감독답지 않았다.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거취 문제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누가 되었건 당연히 기자들의 질문 중 하나가 거취 문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을 텐데 대답 치고는 너무 경솔했다. 모두가 자신의 책임이라고 경기 후 가졌던 기자회견을 잊은 모양이었다. 입으로만 하고 마음에는 새겨둔 것 같지가 않다.
명장은 전쟁이 닥치면 다시 군장을 챙기고 전장으로 불려나간다. 왜 그런 사실을 천하의 홍 감독이 간과했는지 알 수가 없다. 비행기 안에서 예상 질문에 대해 생각해낸 답변이 그 정도라면 실망스러울 뿐이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도 마뜩치 않다. 아시안 컵 구상에 대해 묻는 질문에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대답함으로써 자신의 거취에 대해 물러설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결과를 바탕으로 안 된 부분이 있으면 반성을 하고 잘 된 부분은 살릴 것’이라고 한 대답을 보아도 안다. 그런 원론적인 대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답이다. 홍 감독이 다소 정치꾼(?)이 다 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홍명보 감독에게 패배에 대한 잘못이 없다는 말은 아니나 그렇다고 전적으로 그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만도 없다. 총체적으로, 처음부터 우리 축구는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그건 그렇다고 해도 홍명보 감독의 귀국 기자회견은 그답지 못했다. 애써 그의 지도력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지만 좀 더 진솔하고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 연후에 국민과 축구인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했다. 그를 사랑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래서 진정한 명장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
최호택(S&P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