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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시위하는 최영철 KBS 앵커 최영철 KBS<뉴스9> 앵커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최씨의 왼쪽 뒷편으로 청와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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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를 상징하는 인물이 KBS 뉴스에서 사라졌다. 시청률 20%를 자랑하는 메인 뉴스 프로그램 <뉴스9>에서 메인 앵커가 사라진 것이다. 어디로 갔을까. 그는 마이크를 내려놓고 거리에 나왔다. 22일 오후 땡볕 아래 광화문광장에서 길환영 KBS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섰다.

최영철 <뉴스9> 앵커의 이야기다. KBS 메인 뉴스 프로그램 앵커가 제작 거부에 동참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2000년 KBS에 입사한 26기 기자인 최영철 앵커는 지난 19일 길환영 사장의 사퇴와 KBS 공정성·독립성 보장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나선 KBS 기자협회 소속이다. <뉴스9>는 이현주 앵커가 혼자 진행하고 있다. 

이날 말쑥한 모습의 최영철 앵커가 1인 시위에 나서자, 일부 시민들은 그를 알아보고 카메라를 들었다. 기자협회 소속 기자·앵커들은 21일부터 광화문광장·국회·강남역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최영철 앵커에 이어 김원장(<뉴스토크>)·양영은(<아침뉴스타임>)·이충헌(<라디오주치의>) 앵커도 광화문광장에 섰다.

"<뉴스9> 차질.. 국민 여러분께 사과"

최영철 앵커는 1인 시위를 시작하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자에게 "이렇게까지 (광화문광장에) 나오게 됐고, 또 KBS 9시 뉴스가 차질을 빚게 된 것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고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현재 보도본부에서 뉴스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기자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KBS 사태를 취재하는 기자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보도본부 부장과 팀장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특파원과 앵커들도 제작 거부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9>는 20분가량만 방송되고 있고, 결방되는 뉴스 프로그램도 속출했다.

최영철 앵커는 청와대가 길환영 사장을 통해 KBS 보도·인사에 개입했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에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KBS 뉴스를 제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기자들은 뭐했느냐는 이야기 나온다"면서 "큰 책임을 느낀다"고 전했다.

메인 뉴스 앵커가 제작 거부에 동참하는 데에 부담은 없었을까. 최영철 앵커는 "9시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로서 참 안타깝고, 암담한 생각이 든다"면서 "제 내부의 갈등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방송은) 시청자와의 약속이다, 9시 뉴스는 시청률 20%로 많은 국민들이 보는 뉴스"라면서 "그 뉴스를 사실상 파행으로 만든 1차적인 책임은 저와 저희(기자협회)한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를 보고 KBS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KBS가 정부방송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이번에 KBS의 불편한 진실들이 폭로되고 민낯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저희는 보다 신뢰받는 뉴스, 국민에게 더욱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뉴스를 만들기 위해 제작거부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 앵커는 "저도 15년 차 기자"라면서 "막내 기자부터 부장들까지 모든 기자들이 제작 거부에 나섰다, <9시 뉴스> 앵커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조합원인 그는 파업에도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길환영 사장 사퇴할 때까지 복귀 안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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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사장 퇴진 시위 나선 최영철 앵커 최영철 KBS<뉴스9> 앵커가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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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앵커는 지난 15일 <뉴스9>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반성 보도를 한 것을 두고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뉴스9>를 진행하면서 "세월호 사고 초기 오보와 정부 발표 '받아쓰기' 보도 등 세월호 참사가 한국 언론에 많은 숙제들을 남겼다"면서 "KBS도 대통령의 행보는 부각하고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에 소홀했던 점은 없었는지 자성해 본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21일 민경욱 현 청와대 대변인에 이어 <뉴스9> 앵커직을 맡았다. 그 후 7개월이 지났다. 그는 "앵커 복귀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기자들이 다 복귀하지 않으면, 9시 뉴스가 아니다"면서 "길환영 사장이 사퇴해야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마이 뉴스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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