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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기자회견문, 달라진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 정권교체가 목적인가? 3당체제 확립이 목적인가?

16.03.07 14:42l최종 업데이트 16.03.07 14:4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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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길 "오늘 회의는 비공개로 하겠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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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야권연대를 거부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대표(아래 안철수)의 정치적 선택을 비판하고, 그의 정치적 노선 전환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강한 보수 세력을 상대하기 위하여 범 진보 세력의 단결이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주장을 반복할 생각은 없다.

대신 여기서는 안철수 정치 노선의 오류를 먼저 지적한 후에 야권연대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강조하는 방식의 논리를 전개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야권연대론이 '묻지마 단결'에 불과하다는 안철수 지지층의 비판에 대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2015년 12월 13일 안철수 탈당선언문과 2016년 3월 6일 야권연대를 거부한 안철수 기자회견문의 내용을 비교하여, 그 사이 안철수의 정치적 지향점에 변화가 발생했음을 우선 지적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환은 결국 분당을 통해 신당 창당을 결행한 그의 정치적 선택의 필연적 귀결이며, 이는 결국 탈당을 결행했을 때 강조한 그의 정치적 목표의 실패라는 점을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철수는 이와 같은 오류를 인정해야 하고, 천정배 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내 연대론자들이 나서서 국민의당의 노선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려고 한다.

두 번 나온 '다 죽는다'는 표현, 그런데 그 의미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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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가 6일 오전 마포 당사에서 야권 연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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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3월 6일 기자회견을 통해서 다음과 같이 단호한 자세로 독자노선을 강조하였다.

"국민의당과 저는 지금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있습니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는 적들뿐입니다. 그래도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땅을 향해 전진해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이 날 안철수의 입장 표명은 총선을 앞둔 야권의 향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가 '다 죽는 것도 각오한다'는 취지의 강경한 발언을 한 것이 상당한 화제가 되었다.

이에 대해서 대부분의 안철수 지지자들은 그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에 방점을 두고 환호했다. 그런데 야권연대론자들은 야권 분열에 의해 비호남 지역에서의 공멸을 크게 우려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처럼 크게 화제가 된 '다 죽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오늘 안철수 발언. 그런데 그는 작년 12월 13일 탈당선언을 할 때에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었다. 다음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고,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습니다. 이대로 가면, 총선은 물론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습니다."

여기서 보듯 '다 죽는다'는 취지의 표현이 작년 12월 탈당선언문에서도 나온다. 그런데 그 발언이 나온 맥락은 전혀 다르다. 탈당 선언 당시 한 발언은 죽음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막기 위해 대오각성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언급한 것으로써, 현상타파를 통한 적극적 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그런데 3월 6일의 발언은 정반대다. 이번 기자회견문의 내용은 만약 계백장군의 출사표가 남아 있다고 가정할 경우 5천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로 가기 직전 남겼을 계백장군 출사표의 느낌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만큼 비장하다.

클라이막스는 바로 "저를 포함해 모두 이 광야에서 죽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라는 표현이다. 그렇게 볼 때 여기서 안철수가 말하는 '죽음'은 상황 타개의 의지를 붇돋우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실제 정치적 죽음과 같은 희생이 발생할 수 있고 이것을 감내할 수 있다는 비장한 심정을 밝힌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작년 12월과 올해 3월 6일에 한 '다 죽는다'는 취지의 발언의 의미는 매우 다르다. 그러면 이와 같은 변화가 나타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안철수의 정치적 목표의 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 왜 그런가?

정권교체보다 3당체제 안착으로 입장이 변한 안철수

작년 12월 13일 탈당선언문에서 안철수가 강조한 것은 정권교체였다. 그 당시 그는 자신의 탈당이 정권교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위 친노 운동권 세력으로 불리는 기존의 야권 주류 세력을 통해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한데, 당 내 혁신이 한계에 봉착하여 부득이하게 신당을 통해서 야권의 세력 교체를 해야만 한다는 것의 그의 주장이었다.

"목표는 분명합니다. 새누리당 세력의 확장을 막고 더 나은 정치, 국민의 삶을 돌보는 새로운 정치로 국민들께 보답할 것입니다. 정권교체는 그 시작입니다.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겠습니다."

이처럼 이 당시 그의 목표는 새누리당의 세력 확장 저지와 정권교체였다. 그런데 2016년 3월 6일 기자회견문의 내용을 보면 초점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여전히 강조하고는 있다. 그런데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기득권 양당체제 극복을 통한 제3당의 성공이 필요하다는 데에 사실상 방점을 두고 있다.

"국민의당은 기득권 양당 담합체제를 깨고 3당 경쟁체제를 만들려고 나온 정당입니다. 못해도 1등, 더 못해도 2등은 하는 현재의 정치체제로는 대한민국 문제를 절대 풀 수 없습니다. 양당 공생체제를 3당 경쟁체제로 바꿔야 헬조선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보듯 안철수는 새누리당-더민주당의 양당 체제가 문제라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다음의 내용도 위와 비슷한 맥락에서 파악해볼 수 있다.

"국민의당은 정치인을 위해 존재하는 당이 아닙니다. 국민을 위한 당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태어난 당입니다."

앞에서 보듯 탈당할 당시 그가 구상한 신당의 목적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을 대체하는 야당이 되어 그 당이 새누리당에 맞서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3월 6일에는 제3당의 존재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에 방점을 두고 있다.

물론 안철수 측에서는 기자회견문에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여 필자의 이 주장에 반박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반론은 모순이다. 왜냐하면 안철수 기자회견문의 논리를 보면 안철수는 정권교체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사실상 자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교체 가능성을 스스로 봉쇄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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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탈당 선언 "지금 야당엔 답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015년 12월 13일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며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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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3월 6일 기자회견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야권통합으로는 의석을 몇 더 늘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습니다. 원칙 없이, 뭉치기만 해서는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저 만년 2등, 만년야당의 길입니다."

여기서 보듯 안철수는 더민주당을 정권교체 능력이 없는 세력으로 단정하기 때문에 총선에서 이들이 선전하는 것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렇게 볼 때 안철수가 사실상 자신 혹은 국민의당만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정치세력이라고 단정한다고 판단해도 무리는 아니다.

정당의 리더로서 자기 당에 대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지금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의도대로 탈당을 해서 신당까지 만들어 여기까지 왔는데, 그는 그가 말한 정권교체의 주체인 국민의당(사실상 국민의당 비호남지역 출마자를 지칭하는 것이긴 함)의 '정치적 죽음'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 탈당을 해서 신당을 창당해야만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한 작년 12월 탈당선언문은 무엇인가?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다. 탈당선언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지금 와서 사실상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물론 비호남 지역에서 국민의당의 현저한 열세를 감안할 때 안철수의 상황진단은 객관적으로는 옳다.

그런데 안철수는 더민주당의 개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것은 변하지 않는 상수라고 단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 사안에 대해서 안철수는 지나칠 정도로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실상 정체성이 같은 국민의당과 더민주당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너무 크게 부각하는 점도 문제다. 위안부 합의,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미중 갈등, 테러방지법 등등 최근에 있었던 매우 중대한 국가적 과제에 있어서 국민의당과 더민주당은 사실상 같은 입장이었다.

안철수는 지금 야권 연대의 가능성과 의미에 대해서 모두 차단해놓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안철수는 두 정당의 차이가 사실상 거의 없다는 점과 더민주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협력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제3정당론 자체가 잘못된 전략이었다

애초에 당내 권력 쟁투에 해당하는 사안을 분당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풀려고 한 것이 근본적인 잘못이었다. 현재 국민의당 창당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새정치연합 내분 당시 새정치의 분당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당 바깥의 원심력을 강화했다. 그들은 당시 두 가지 근거로 분당을 찬성하는 논리를 전개했는데, 필자가 보기에 안철수와 그 주변 세력은 지금 잘못된 논리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런가?

우선 당시 제3당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가장 많이 나온 역사적 근거가 바로 1985년 신민당 돌풍이었다. 무능한 관제 야당인 민한당과 새정치의 처지를 비교해서, 새로운 신당이 나오면 야권 및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 과거 신민당과 같은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다.

이와 같은 주장은 여러 조건에 대한 면밀한 비교 검토도 없이 특정 정파의 주관적 지향점이 과도하게 개입되어 나타난 정세 판단 오류의 단적인 사례이다. 사실 이 주장이 잘못된 이유는 너무도 많아서 이에 관한 독립된 글이 필요할 정도다. 여기서는 간단하게 언급하도록 하겠다.

우선 민한당과 새정치의 기반은 전혀 다르다. 민한당은 대중적인 기반 자체가 전무한 관제 야당이었고, 새정치는 자체적인 기반이 존재하는 정당이었다. 그리고 민한당은 대권후보가 전무하여 미래 비전이 없는 정당인데 새정치에는 문재인-박원순-안희정-김부겸 등등 여러 잠재적 대권 후보들이 건재했다. 그리고 새정치 무능의 책임 소재에 있어 문재인 등 주류가 더 책임이 있다고 해도 안철수를 비롯한 비주류 역시 만만치 않은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1985년 총선의 경우 투표율이 84.6%였는데 이는 엄청난 바람선거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은 총선의 경우 대체로 55% 정도 투표율을 보이고 이번에도 그 부근일 것이다. 이 경우 바람의 영향력은 사실 많이 낮아진다. 그 외에도 많은데 그러한 요인들이 결부되어 안철수를 중심으로 비주류 일부가 결합한 현 국민의당이 과거 신민당과 같은 돌풍을 일으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제3당이 야권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도 한몫을 했다. 그런데 이것은 정치사회적 맥락을 도외시한 논리다. 과거 제3당이 야권에 도움이 된 경우는 김대중과 민주당을 비토하지만 그렇다고 전통적인 구 여권을 지지하지도 않는 유권자들을 자민련과 같은 3당이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하여 구 여권쪽에 쏠리지 않도록 역할을 할 때였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충청권을 비롯한 중부권에 지역구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 해당 지역이 구 여권에 쏠릴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 경우다.

그런데 지금의 국민의당은 그와 전혀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지역적 지지기반이 호남권이어서 전통적인 야권 내 세력 쟁투를 하고 있다. 그리고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지지층의 성향에서 보듯 진보 : 보수의 비율이 대체로 2 : 1이므로 국민의당은 보수보다 진보 지지층을 더 잠식한다.

국민의당은 대권주자인 안철수의 힘에 의하여 자민련보다 전국적 지지율이 더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원래 야권지지 기반인 호남 외에 새로운 지역적 기반을 구축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단순다수제인 소선구제 하에서 국민의당은 현재 야권의 확장보다는 야권의 축소에 기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다.

그러므로 당시 새정치가 붕괴 수준으로 와해되어 야권의 중심이 신당으로 재편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제3당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안철수의 구상은 사실상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었던 것이다.

야권 연대는 필요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라도 안철수는 노선 전환을 해야만 하고 안철수가 명예로운 방식으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국민의당 내부에서 이에 대한 중지를 모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태도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고압적인 자세는 불필요한 자극만을 주게 된다. 옳지 못하다. 그리고 야권연대론자인 천정배 대표의 지역구에 더민주가 야심차게 영입한 양향자씨를 전략 공천한 행위 역시 매우 문제가 많다. 누군가는 선거에서 떨어지게 되는 것 아닌가? 이러니 더민주가 아직도 패권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야권은 사람을 소중히 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야권은 보수에 비해서 자본력도 부족하고, 조직력도 약하고, 언론 환경도 불리하다. 야권이 가진 것은 오직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자객공천, '죽음을 각오한다'는 류의 자해적인 정치행위가 난무한다. 이러면 공멸이다. 그러므로 두 야당은 냉정을 되찾고 야권연대를 위한 과감한 결단과 실천을 해야만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장신기 기자는 사회학 박사이며 김대중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한국 사회 보수화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진보에서 보수로 정치적 정체성의 변화를 보인 일반인 32명을 심층인터뷰하여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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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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