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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치 않은 파장을 예고하는 ‘만만회’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64주년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빨리 수면 위로 떠오른 ‘비선 라인’
박근혜 정부 운명의 불길한 전조요 임기말적 징후다
임석규의 ‘정치 빡’ ⑤
늘 ‘비선라인’이 문제였다. 최고권력자 주변의 사적, 비공식적 측근들 말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비선라인의 폐단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마침내 올 것이 오고 터질 것이 터지겠구나 하는 예감을 지울 수 없다. 이 정부에서는 그것이 너무도 빨리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정홍원 총리 유임과 비선라인 문제는 언뜻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만만회’, 만만치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늘 비슷한 것 같지만 어떤 파도는 쓰나미를 몰고 온다. 재앙은 사전에 나름의 방식으로 징후를 내보이는 법이다. 그때 위험의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면 사납게 달려드는 지진 해일 앞에서 한가롭게 조개 줍는 일에 몰두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만다. ‘식물총리의 코미디적 생환’과 대통령 비선라인 문제의 쟁점화는 박근혜 정부의 운명에 대한 불길한 전조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일찍 도래한 ‘임기말적 징후’다.
박지원이 거론한 ‘만만회’는 회원과 조직 등 실체가 있는 모임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과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그리고 박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정윤회를 통칭하는 작명이다. 정윤회는 박 대통령의 젊은 시절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최태민 목사의 사위다. 이재만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과 함께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속한다. ‘만만회’에서 박지만은 가족, 정윤회는 최태민, 이재만은 보좌진 그룹을 상징하는 셈이다.
대통령 비선라인의 폐해가 쟁점화되는 과정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먼저, 대통령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극소수 측근이 대통령의 눈·귀를 독점하며 ‘폐쇄적 이너서클’을 형성한다. 이들이 국정 전반, 그중에서도 특히 공직과 공기업 인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공조직이 차츰 무력화되면서 이곳저곳에서 국정이 삐거덕거리기 시작한다. ‘집권의 떡고물’에서 소외된 여권 인사들의 불어터진 입에서 불만이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책임론의 불길이 번지면서 여권 핵심부 일원 가운데 희생양이 거론되기 시작한다. 비선라인 이너서클에서 알력과 균열이 발생한다.
얼마 전에 박지만이 정윤회 쪽의 미행을 당했다는 보도가 나온 적 있다. 박지만이 지난해 말 정윤회의 지시를 받았다는 사람으로부터 미행을 당하자 김기춘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실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다는 게 요지다. 민정수석실에 파견된 경찰 간부가 이 사건을 파헤치려 했으나 돌연 대기발령 인사가 내려지면서 중단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 과정에 ‘문고리 3인방’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물론, 양쪽 당사자들 모두 공식적으로는 금시초문이라며 부인했다. ‘만만회’의 균열 조짐을 살짝 드러내 준 일화다.
‘문고리 3인방’의 힘은 사실상 정윤회로부터 나온다는 관측이 많다. 2007년 박근혜 캠프 공보라인 특보로 일했던 인물이 익명으로 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라고 <한겨레21>이 보도한 게 있다. “핵심 보좌진들이 정윤회씨를 만나고 온 후 캠프 내에서 공론이 모아진 부분이 180도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나는 것을 보며 ‘삼성동 캠프’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정윤회가 박 대통령의 사저인 삼성동 집을 드나들며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 3인방은 이를 그대로 집행하고 관철한다는 것이다. ‘문고리 3인방’과 정윤회의 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5월 2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 시작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입장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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