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대령, ‘선관위 장악 시도’ 시인…“케이블타이 사용도 검토”
정보사 정모 대령의 법률 자문 입장문
“잘못된 판단·행동에 진심 사과 드린다”
“선관위 직원 통제…케이블타이도 검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로고. 한수빈 기자
12·2 비상계엄 선포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등을 모의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대령이 20일 혐의를 시인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는 정보사가 선관위 직원들을 사실상 체포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케이블타이 등 강압적인 수단까지 검토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정모 정보사 대령의 법률 자문을 맡는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 정 대령은 초반 입장과 달리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 및 행동에 대해 모든 사실을 자백했다”라며 “정 대령은 국민의 군대 지휘관으로서 자신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대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지난 1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모 대령 등과 함께 이른바 ‘롯데리아 회동’에서 계엄 계획을 모의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은 참석자들에게 “계엄을 준비하라”거나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선관위 서버 확보 등을 지시한 것으로 경찰은 의심한다.
정 대령은 최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으며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진술했다”고 김 변호사는 전했다. 김 변호사가 배포한 ‘제공한 진술서에 기초한 법률 의견서’에 따르면 정 대령은 문 전 사령관과 노 전 사령관, 김 대령과 함께 선관위의 인원 명단을 확보하고 출근하는 선관위 직원을 통제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협의·준비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선관위 직원들을 특정 장소로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필요하면 케이블타이나 마스크, 두건 등을 사용하는 방법까지 검토했다고 경찰에 말했다. 이는 앞서 ‘정보사 요원들이 선관위 직원들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케이블타이로 손발을 묶고 복면을 씌워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로 이송하는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이다.
김 변호사는 “정 대령이 이번 사태에 동원된 유능한 부하 장병에게 더 책임이 전가되지 않도록 바라고 있다”라며 “잘못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정 대령의 진술과 행위 내용을 종합하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한 조직적 폭력행사의 예비·음모 단계에 가담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했다.
공조수사본부는 지난 18일 체포한 문 전 사령관의 구속영장을 이날 청구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구속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