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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유승민 정국’ 승자는 없다… 의총 권고에 원내대표 사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사퇴 기자회견 도중 입술을 깨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유 원내대표를 향해 ‘배신의 정치’를 언급한 지 13일 만이다. 이동희 기자
결국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났다. 유 원내대표를 지지했던 새누리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비통함을 감추지 않았다. 사퇴를 촉구했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표정도 무거웠다. 청와대는 여당 원내대표를 힘으로 몰아냈다는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승민 거취’ 정국은 이렇게 승자 없이 패자들만 남기고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은 8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표결 없이 유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권고안을 추인했다. 유 원내대표는 김무성 대표로부터 의총 결정사항을 전달받고 사퇴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실을 찾아 ‘원내대표 직을 내려놓으며’라는 제목의 사퇴 회견문을 읽었다. 지난 2월 2일 새누리당 의원들의 투표로 뽑혔던 유 원내대표는 의원들의 사퇴 권고를 받고 156일 만에 물러났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여권이 감추고 싶었던 치부들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수직적인 당청 관계와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고 규정하면서 거취 논란이 촉발됐다.
대다수 새누리당 의원은 양비론적 입장을 취했다. 이들은 “청와대가 의원들이 뽑은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도 “유 원내대표도 해답 없는 주장을 펼치면서 청와대와 사사건건 대립하며 갈등을 초래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둘로 갈라졌다. 친박들은 일사불란하게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위해 움직였다. 이에 비박들도 세를 규합하며 맞섰다. 서로 물고 뜯으며 상처만 깊어졌다. 계파 갈등에 민생의 뒷전이었다. 메르스 사태와 가뭄으로 고통받는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사실상 사의를 표명하면서 원내지도부 공백 사태까지 초래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여권의 병폐들이 나아질 가능성이 적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끊어졌던 당청 관계는 복원되겠지만 건강한 당청 관계는 아직도 멀고도 먼 꿈이라는 게 새누리당 의원들의 토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지켜본 청와대가 당을 더욱 더 좌지우지하려 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로 계파 갈등이 치유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다른 의원은 “이번 정국을 거치면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면서 “앞으로 친박과 비박이 사사건건 충돌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4월 총선 공천권을 놓고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새누리당은 유승민 거취 정국을 거치면서 집권 여당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한심한 모습을 드러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우리들이 갈라져 싸우면서 어떻게 국민 통합을 얘기하겠느냐”는 자조가 높다. 소장파 의원은 “처절한 자기반성이 없으면 내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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