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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8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단독회동을 위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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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공작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처음부터 두 가지의 금지선을 분명히 했다.

    첫째는 국정원 대선공작 문제로 대선에 대한 불공정성을 제기하는 것은 '대선 불복'이라는 것이었다. 둘째는 자신은 알지도 못했고, 관여하지도 않았으며, 아무런 이득도 받지 않았으니 국정원 대선공작과 자신을 연결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국정원 정국은 지난 6월 14일 검찰이 원세훈과 김용판을 기소하면서 시작되었다. 박 대통령은 6월 24일 "나는 관여해오지 않았다. …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서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직후인 8월 26일에도 "지난 대선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대선공작을 대선 결과와 연결해도 안 되고, 자신과 연결하지도 말라는 이러한 두 가지 금지선은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 의해 철저히 엄수되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이 금지선을 엄수했다. 장외투쟁에 나서면서도 대선 불복은 아니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했고, 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은 제기하지 않았다.

    그랬는데, 금지선이 무너지고 있다. 봉인이 해제되고 있다. 천주교, 불교, 기독교에서 부정선거 규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이 일어나더니,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대통령 선거가 부정선거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와 내년 6월 대통령 보궐선거를 공개 요구했다. 대선 불복이라는 첫 번째 금지선이 무너졌다.

    물론 문재인 의원도 책에서 말했듯이 대선 결과는 뒤집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국가적 혼란이 너무 크고,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주장 자체를 금지시키고 입을 막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두 번째 금지선도 무너지고 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진짜로 국정원 대선 공작에 대해 몰랐을까, 그리고 관여하지 않았을까 의심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의심이 갈수록 커져는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집요한 진실규명 방해, 국민의 의심 부추겨

    첫 번째 이유는 올 한해 계속되는 국정원 대선공작과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문제에 대한 논란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집요하게 건건이 승리하고 있는 점이 역설적으로 국민들의 마음 속에서 두 번째 금지선을 무너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무기력한 야당을 상대로 일 년 내내 국정원 대선공작 관련해 모든 전투에서 철저히 승리하고 있다. 국정조사도 별 성과 없이 흐지부지 만들어 버렸고, 말을 듣지 않는 검찰의 채동욱 총장도, 윤석열 수사팀장도 '찍어내기'에 성공했다. 그랬는데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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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상부보고' 논란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윤석열 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여주지청장)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참철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 검찰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직원 체포 보고 경위에 대해 설명한 뒤 승강기를 타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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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그야말로 '구성의 역설'이다. '구성의 역설'이란 각각 개별에서는 성립되지만, 전체에서는 성립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케인스의 '절약의 역설'이 대표적인 예인데, "전투에서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진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그것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문제에 대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집요하고 철저한 승리 집착증을 보면서 국민들은 오히려 "저렇게 필사적으로 하는 것을 보니 뭔가 있나 보다"하고 의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정원 국정조사의 핵심 증인인 원세훈·김용판 두 증인이 국정조사에 나와 선서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전 수사팀장을 찍어내기 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조금씩 국정원 대선공작과 불법선거가 박근혜 정부와 관련된 사안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정직하지 못하고 겸허하지 못한 모습, 어떻게든 진실을 덮으려고 하는 모습, 진상규명을 한사코 방해하거나 모르는 일이라며 비켜가려는 모습이 오히려 정통성에 대한 공격을 자초하는 것이다. 정권 정통성에 대한 일종의 콤플렉스가 있는 것으로 국민들에게는 비치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공작, 박근혜 후보 모르게 진행되기 어려워

    그리고, 즉 점차 많은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공작에 대해 알거나 관여하지 않았을까 의심하기 시작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금까지 '친이 대 친박'의 프레임으로 정치를 바라보았고,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청산이 있을 것으로 상식적으로 예상해 왔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태평세월을 보내고 있다. 과연 그 원인이 무엇일까 지금 국민들은 의심을 시작했다.

    정치권에는 이런 우스갯말이 있다. "선거에서 이기면 공신이 100명 생기고, 선거에서 지면 패인이 100가지 생긴다"라는 이 말은 선거에 관여하는 이유는 본질에서 선거 승리 후 공신이 되어 논공행상을 받기 위해서이고, 선거에서 지면 없는 패인도 만들어서 후보와 측근을 몰아내려고 한다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엄청난 대선 패배 평가의 후폭풍에 시달렸다.

    그러면 선거 승리 후 공신이 되어 논공행상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선거 승리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후보로 하여금 자신이 선거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게 하는 것이다.

    오히려 선거에 기여하지 않아도 좋다. 실제로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아도 후보가 선거에 기여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래서 실제로 어떤 선거캠프에서나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기여한 티만 내는 사람들이 득실득실하다. 시쳇말로 일은 안 하면서 '광만 파는 사람들'이 득실득실하다.

    반대로 실제로는 선거에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그것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은 없다. 그것은 선거의 기본 생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드러나지 않으면서 선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들이 있다면 최소한 캠프의 고위 책임자는 그것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만일 캠프의 고위 책임자도 모른다면, 그래도 단 한 사람은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 사람이 바로 후보다. 아무도 모르게 선거에 기여하는 일은 선거의 기본 생리상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만기친람(萬機親覽)'형이다. 권한을 아래로 위임하지 않고, 아주 세밀한 것까지 시시콜콜 직접 챙기고 결정하고 지시하는 리더십, 자신의 결정과 지시는 무조건 따를 것을 요구하는 리더십이다. 그로 인해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고 눈치 보기에 급급하지 할 말을 하는 참모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언론은 박 대통령에게 '깨알 리더십'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런데 이처럼 아주 소소한 것까지 시시콜콜 직접 챙기고 지시하는 '만기친람 깨알 리더십'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국정원의 대선공작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대선의 승부를 결정한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선거개입과 그 혁혁한 성과가 박근혜 후보나 캠프가 모르는 채 이뤄졌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제로 다수의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지난 7월 15일 사회동향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4.8%가 국정원 대선개입과 관련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협의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만일 "지난 대선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알고 있었다고 보는가?"라는 여론조사를 한다면, 나는 국민의 다수는 그렇다고 답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그게 상식적 판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요즘의 분위기에서 그런 용기 있는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기관과 그런 조사를 실어줄 언론사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안전 보장받으려면 박근혜 후보에 알려야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8월 5일 열린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 참석하여 "국정원 대북 심리전단 확대 개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소속 4개 사이버팀 70여 명의 직원이 원세훈 원장의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찬양과 문재인 후보에 대한 반대·비방의 글을 유포하여 불법 선거운동을 한 바로 그 조직이다. 이들이 박근혜 후보 당선을 위해 조직적으로 게시한 트위터 글이 2200만 건에 달하고, 이들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이 2270개에 이르는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이고,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다. 그리고 그 국정원의 불법 선거운동 조직이 심리전단인데, 그 심리전단 책임자의 직위 승진과 확대개편 등의 조직 및 역할 강화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가에 의해 이뤄졌음을 남재준 국정원장이 국회에서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시 자신의 직속기관인 국정원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원세훈 원장이 주도하고, 자신이 재가하여 만들어진 확대된 대북 심리전단이 수행했던 불법 대선공작을 전혀 몰랐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말이 되는 일일까?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왜 그렇게 집요하게 국정원 선거공작을 주도하여 대선결과를 왜곡했을까? 국정원을 비롯하여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이 국가기관이 나서서 부정선거를 획책했을까? 그것은 대선 이후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이양 후 안전을 보장받으려면 이명박 정부가 대선 동안 수행한 국정원 대선공작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알고 있어야만 한다. 후보가 모른다면 그 모든 혁혁한 대선공작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것이 선거의 기본 생리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은 아주 소소한 것까지 시시콜콜 직접 챙기고 지시하는 '만기친람 깨알 리더십'이다. 권한을 아래로 위임하지 않고, 자신의 결정과 지시는 무조건 따를 것을 요구한다. 그런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후를 보장받으려면 직접 상대해야만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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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씨가 지난 2월 2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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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전 대통령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국정의 모토로 했던 CEO 출신답게 국정을 철저히 비즈니스처럼, 거래하듯이 해왔다. 그는 기독교 신자였지만, 그의 스타일은 "누군가를 도와줄 때,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성서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그런 그가 선거의 기본생리에 어긋나게 대선공작을 수혜자 모르게 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지난 대선의 국정원 대선공작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불법선거 개입은 '이·박 담합', 즉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담합 없이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가을 국정원이 한 일을 당시 박근혜 후보는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다.

    지난해 대선 기간 박근혜 후보는 마치 김종인 전 장관이나 이상돈 교수처럼 보이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집권 1년 차 박근혜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윤창중 전 대변인, 그리고 윤상현 의원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이·박 담합'은 점차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유창오 기자는 새시대전략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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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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