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침묵... 떳떳하다면 국민 앞에 서라"
천주교 광주대교구, 6월 항쟁 이후 첫 거리행진남동성당서 1000여 명 묵주 기도 행진... 다음달부터 '목요미사' 진행
13.09.12 20:53
최종 업데이트 13.09.12 21:23▲ 천주교 광주대교구 신도들은 남동5·18기념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마친 후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외치며 북동성당까지 묵주기도 행진을 벌였다. 광주대교구의 대규모 거리행진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이다. | |
ⓒ 강성관 |
천주교 광주대교구가 12일 오후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행진을 벌였다. 1987년 6월항쟁 이후 26년 만의 일이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이날 오후 2시 30분 광주광역시 동구 남동5·18기념성당(남동성당)에서 '국정원 사태의 올바른 해결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미사'를 열었다. 시국미사에는 김희중 광주대교구장(대주교), 이영석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사제단, 신도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미사가 열린 본당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신도들이 꽉차 신도 200여 명은 밖에서 미사에 참여했다. 미사는 김희중 광주대교구장이 집전했다.
광주대교구, 26년만의 거리행진..."대통령 사과, 국정원 개혁" 요구
▲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12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남동5·18기념성당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시국미사를 열었다. 미사에는 1000여 명에 이르는 신도들이 함께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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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대주교는 "숭고한 민주주의 정신과 체계가 잘 보존되어 후손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하였으면 하자"며 "이 땅에 참다운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참 평화가 체험될 수 있도록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도록 기도드리자"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오랜 시간 독재에 항거해 피와 땀, 심지어 목숨까지 바쳐 이룩한 민주주의 체계와 정신이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했다"며 "이런 상황을 맞이 한 것은 정의와 진리를 위해 헌신했던 그 숭고한 정신과 삶을 잊어버리고 살아온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발언 공개에 대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데 대통령 발언을 공개한 것은 역사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며 "이로인해 국격이 실추될 대로 실추되었다"고 비판했다.
강독에 나선 이영선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정평) 위원장은 "국민은 대통령의 책임있는 사과를 원하지만 침묵하고 있다"며 "정녕 떳떳하다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나서 국가질서를 어지럽히고 민주주의를 심대하게 훼손한 국정원, 경찰, 새누리당의 불법 행위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의지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선 위원장은 "좌절하지 말고 체념하지 말며 냉소주의에도 빠지지 말자"며 "우리의 바람을 정당하게 끊임없이 요구하자"고 강조했다.
미사를 마친 후 광주대교구 정평은 성명서를 통해 ▲국정원 대선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대한 특검 실시 ▲국정원 사태에 대한 사과와 국정원 개혁 등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또 정평은 "오늘의 상황은 유신독재 시절로 회귀한 것이며 독재자의 전유물이었던 공안정국 속에서 민주주의가 유린되었던 역사가 되풀이 되고 있다"며 "보수언론은 국민을 기만하는 불공정 보도를 중단하고 진실을 보도하라"고 밝혔다.
김희중 대주교 "중단없이 하면 이루어진다"
▲ 12일 오후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광주광역시 동구 남동5·18기념성당에서 시국미사를 열었다. 1000여명에 이르는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사는 김희중(대주교) 대구교장이 집전했다. 김 대주교는 "참다운 민주주의가 실현되기를 기도하자"고 강조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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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를 마친 김희중 대주교와 신도들은 "국정원 개혁", "책임자처벌"을 외치며 남동성당에서 광주광역시 북구 북동성당까지 40여 분 동안 묵주기도 행진을 벌였다.
행진을 마친 김희중 대주교는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언급하며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당부했다. 김 대주교는 "우공이산이 생각난다, 한 할아버지가 흙을 파서 삼태기로 산을 옮기고 있는데 사람들이 '멍청하다, 어떻게 산을 옮길 수 있느냐'고 말하자, 그 할아버지가 '내가 죽으면 아들하고 아들이 죽으면 손자하고 그렇게 대대손손 하면 옮길 수 있다"며 "그들 입장(정부 여당)에서 보면 우리가 하는 일이 바위에 계란 던지기라도 계속한다면 이루어 질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 대주교의 당부처럼 광주대교구는 10월 3일부터 한 달 동안 북동성당에서 매주 목요일 시국미사(목요미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광주대교구는 목요미사와 함께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서화숙 한국일보 선임기자·김선수 변호사 등을 초청해 국정원 사태와 민주주의 회복 등에 대한 특별강연도 추진한다.
'목요미사'는 1980년 7월 15일부터 남동성당에서 열렸던 '월요미사'를 연상하게 한다. 월요미사는 5월 민중항쟁이 끝난 후 희생자와 구속자를 위해 1년여 동안 열렸다. 남동성당은 5·18사적지 중 한 곳으로 2005년 5·18기념성당으로 지정됐으며 광주대교구의 대규모 시국선언은 이 곳에서 열렸다.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한 관계자는 "사제단 등의 시국선언은 있었지만 대구교 차원의 미사와 대규모 거리행진을 처음"이라며 "민주주의 항쟁의 역사를 함께 해온 남동성당에서 시국미사를 하고 거리행진을 하게 된 것은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정의가 살아 있음을 알리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 천주교 광주대교구 신도들은 남동5·18기념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마친 후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 개혁'을 외치며 북동성당까지 묵주기도 행진을 벌였다. 광주대교구의 대규모 거리행진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를 지나 금남로에 들어서는 신도들의 모습. | |
ⓒ 강성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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