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제4회 노무현 대통령 기념 심포지엄> 문재인 의원 축사 전문
오늘 주제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진단’입니다.
대선 끝나고 몇 달 되지 않아,
우리가 민주주의의 위기를 논하게 된 상황은
대단히 슬픈 일입니다.
왜 지금의 상황을
‘민주주의의 위기’ 라고 할까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고,
그런데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란 ‘상식과 합리’에 기초해
정치를 하자는 것입니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과 NLL 포기 논란의 본질은
정보기관이 나서서
자신들이 원하는 선거결과를 만들어 내려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안보를 선거공작에 악용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것입니다.
그것이 실제로 선거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느냐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써 선거의 공정성과 정당성을 무너뜨렸습니다.
민주주의의 규칙이 깨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엄중한 사태를 놓고,
집권당은 오히려 책임자를 비호하고,
대통령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야당대표와의 만남도 거부합니다.
이렇게 정치에서 ‘상식과 합리’가 사라지면,
공정한 경쟁도, 승복도, 대화와 타협도
불가능해 집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알았던 몰랐던
새누리당 정권 하에서
새누리당의 집권 연장을 위해
자행된 일입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 수혜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과 선대위가
직접 선거운동에 악용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할 책임도,
풀 수 있는 해법도
박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이 다시는 선거개입, 정치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진상을 밝히고,
엄중한 조치와 함께
국정원을 바로 세우면 됩니다.
지난 대선에서 훼손된 공정성과 정당성이
그것으로 치유되고,
사회의 분열과 갈등도 해소될 것입니다.
이석기 의원 사건은
국민들이 이미 여론을 통해 엄중히 심판하고 있습니다.
내란음모죄가 인정될 것인가라는
법률 적용 문제를 떠나서,
국민들은 녹취록에 표출된 사고와 발언내용을
용납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의 교조적 이념에 얽매여 있는
낡은 진보는 이제 변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는
폭력적인 사고가 진보일 수 없습니다.
국회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체포동의안을 가결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부당한 특권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민주주의적 요구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상식과 합리’에 기초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반대편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무서운 기운이 느껴집니다.
신종 메카시즘의 광풍입니다.
과거의 야권연대도 종북,
10년전 법절차에 따른 가석방과 복권도
영락없는 종북입니다.
결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종북좌파 프레임이 지난 대선을 지배하지 않았습니까?
국정원의 댓글 공작과 NLL 공작도
그 목적을 위한 것 아니었습니까?
반대는 일체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체주의적 위협도 있습니다.
체포 동의안에 찬성하면서도,
적어도 정보위라도 열어 국정원 녹취록의
절차적 정당성을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 의견들이 묵살된 가운데 이뤄진 표결에서 나온
소수의 반대 또는 기권조차
종북으로 공격받고,
심지어 표결을 밝히라는,
무기명 투표원칙에 위배되는 협박까지 받고 있습니다.
이 역시 민주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행태들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은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심판 받아야 합니다.
극좌 극우의 극단적인 세력들이
변별될 때 비로소 합리적인 진보와 보수 세력 간에
건강한 경쟁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왜 민주주의인가?
그것은 민주주의가 평범한 국민,
보통사람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1원 1표가 아니라
1인 1표의 원리가 살아 숨쉬어야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이
지켜질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민생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인 이유입니다.
오늘 좋은 심포지움을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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