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한가한 저녁, TV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는 소식이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그동안 남북관계가 얼어붙었다고 표현할 정도로 최악이었던 상황에서 나온 이 소식은 굉장한 톱뉴스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이 소식은 한국 언론에서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서유럽 순방을 위해 출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르 피가로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밝혔던 내용입니다.
남북이 대치한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이 남북 관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경제,사회,외교,안보 등의 정책과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발언 한마디가 중요한데, 이런 중요한 얘기를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언론이 아닌 외국 언론에만 말을 하고 한국 언론은 그대로 받아쓰기를 했습니다.
' 취임 9개월, 해외언론 6회, 한국 언론 0회 인터뷰'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 관련 중요한 내용을 해외언론에 말한 것이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9개월이 되도록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입니다.
▲2013년 11월4일까지 조사 자료. 빠진 인터뷰 기록이 있다면 제보 부탁합니다.
아이엠피터가 조사한 바로는 취임 9개월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외국 언론과 6번 인터뷰를 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 인터뷰는 해외순방을 하기 전이나 해외순방 중에 이루어졌습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는 러시아 미하일 구스만 이타르타스 통신 수석 부사장과 인터뷰를 했고, 이것은 러시아 뉴스전문채널 '로시야 24'에 '단독인터뷰'로 방송됐습니다.
중국 방문 당시에는 관영 'CCTV'와 APEC 정상회담 때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포스트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방미 전에는 CBS와 방미 중에는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번 서유럽 순방 첫 국가인 프랑스를 방문하면서는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취임 9개월 동안 한국 언론과는 단 한 차례도 인터뷰하지 않고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는 사실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 소통 부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활발했던 국내 언론 인터뷰'
취임 9개월이 넘어가도록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해서 역대 대통령들은 어떠했는지 한번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언론사 창간 기념식 참석은 물론이고, 창간 기념 인터뷰에 빠짐없이 응했습니다. 조선,동아처럼 껄끄러운 관계에 있던 언론사 창간기념 인터뷰도 각각 2차례나 응했었습니다.
특히 탈세로 구속됐던 사주 때문에 불편한 관계에 있던 중앙일보와도 두 번이나 인터뷰했었고, 영남일보, 전자신문 등 지역,전문 언론사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언론사 창간 기념식은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취임 50일 무렵 문화일보 인터뷰를 시작으로 장르를 국한하지 않는 인터뷰를 진행했었습니다.
취임 1주년에는 KBS 특별대담 '도올이 만난 대통령'에 출현하여, 총선, 재신임, 대북 송금 특검 등 껄끄러운 정치 현안에 대해 70분간이나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이나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어떤 질문이라도 받았으며, 기자들과 토론을 할 정도로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8개월 동안 무려 16차례에 걸쳐 대국민 담화,공식 기자회견 등을 했었다./박근혜 담화문 발표 단 한 번 끝.)
이처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언론에도 활발하게 참여하여 국민에게 국정 운영 방식이나 철학,자기 생각 등을 소상히 드러내어 국민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 MB보다 더 심한 박근혜의 국민소통 방식'
박근혜 대통령이 왜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고, 계속 해외 언론하고만 인터뷰를 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MB가 어떻게 국민과 소통했는지 보면 됩니다.
MB는 박근혜 대통령처럼 국내 언론보다 해외 언론을 더 선호했습니다. 임기 중반까지 총 33차례의 인터뷰 중에서 27건이 해외 언론이었고, 나머지도 ‘연합뉴스-일본 교도통신’, ‘조선일보-영국 더 타임스-일본 마이니치신문’, ‘중앙일보-미국 워싱턴포스트-중국 인민일보-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처럼 국내 언론과 해외언론이 함께 인터뷰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MB는 대통령 말만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라디오 연설은 계속 하면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이나 기자들의 질문은 극도로 거부했었습니다. 또한, TV로 중계되는 '국민과의 대화'조차 사전에 방청객의 질문을 검열하려다가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MB가 국내 언론과 기자들의 질문을 꺼렸던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정치의 문제점을 소통보다는 외면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이미 국내 언론은 장악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습니다.
▲대선기간 박근혜 후보는 '정수장학학회' 국정원 여직원' 사건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했었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이후는 '대독'으로 이어졌다.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3년 동안 인터뷰는 물론이고 기자회견에서도 그녀를 찾아 보기 힘들었습니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 박 후보는 한국일보,경향신문,서울신문 등은 방문했지만, 절대로 인터뷰는 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대선 기간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서는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했었습니다. 그러나 2013년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9개월 동안 국내언론 인터뷰, 기자들의 질문, 기자 간담회, 국민과의 대화 등은 공식적으로 한번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라는 인물은 표를 얻거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카메라 앞에 나왔습니다. 그러나 '대선 부정','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인사 문제' 등이 거론될 수 있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는 절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취임 9개월 동안 대선시비로 불거진 국내는 외면하고 5번이나 해외순방을 나간 박근혜 대통령. 그러나 국민의 진짜 목소리는 아버지 박정희처럼 늘 외면하고 있다. 사진출처:조선일보,국가기록원,트위터
해외순방을 하면서 해외언론과 인터뷰 하는 일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고 듣고 싶은 말을 국내 언론에서 들을 수 없다는 점은 국내 언론이든 그녀에게든 분명 문제점이 있습니다. (조중동은 창간 기념 인터뷰 등을 거부한 노무현 대통령을 지독히도 괴롭혔었다.)
좋은 말만 하는 해외언론과의 사전 인터뷰는 홍보용으로는 좋을지 몰라도, 대한민국 정치를 국민과는 소통하지 않겠다는 강팍한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과 철학을 오로지 해외에서만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도대체 박근혜라는 인물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진짜 그녀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그녀를 반대하는 해외교포 앞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 앞에 당당히 나서,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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