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04 22:13 수정 : 2013.11.0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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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교수 |
원로 정치학자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4일 “오늘날 한국 정치의 특징은 퇴행 또는 혼란의 정치”라며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했다. 또 최 교수는 대안세력으로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꿈보따리 정책연구원’ 창립 심포지엄에서 발제자로 나와 ‘책임정치’의 부재를 지적하며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경제민주화 후퇴와 공약 파기 등을 사례로 언급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광범한 선거개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한국의 민주화에서 이데올로기를 관리했던 국가기구 및 그와 연관된 사법기구들의 부분체제는 여전히 민주화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을 비판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파기’도 꼬집었다. 최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경제민주화와 복지 문제는 새누리당도 민주당의 도전을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용할 만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중대 의제였다”라며 “그러나 새 정부가 체제를 정비하면서 6개월도 되지 않은 시간 내에 이 모든 공약, 슬로건, 담론, 언어들은 사라졌다”고 정부의 국정 운영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최 교수는 ‘퇴행과 혼란의 정치’ 바탕에는 박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은 선출된 최고 통치자로서 자신을 선출해준 다수연합의 파당적 대표이자 지도자로서 끝날 수 없고 동시에 소수자의 이익과 의견 등 사회 전체의 대표로서 역할이 필요하다”라며 “하지만 한국정치에서는 통치체제로써 민주주의는 이런식으로 작동하지 않고 대통령은 승자연합을 대표하고 그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실현함과 아울러 그것을 사회 전체의 일반이익으로 정의한다”고 지적했다.
책임정치의 부재로 인한 정치의 퇴행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 교수는 “정당을 바로 세우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하며 제1야당인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최 교수는 “오늘의 민주당은 불행하게도 그러한 과업을 수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오늘날의 민주당은 집합행위를 할 수 없는 정당으로 약화될 대로 약화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은, 그들이 공통으로 추구할만한 이념적 지표, 한국 사회가 나가야할 미래 발전에 대한 비전,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정책프로그램을 갖지 못하고, 또한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정치적 인적 집단으로서 사회경제문제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최 교수는 민주당에게 ‘대안정부를 준비하는 노선’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이날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석 최 교수의 발제를 언급하며 “한국 정치는 실종 상태”라며 “여당을 보면 정치를 마치 경제나 성장의 하위 개념으로 보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꿈보따리 정책연구원’ 은 새로운 정치모색과 정책 대안을 위해 지난 8월 국회 사무처 산하에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 원장을,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상임고문을 맡았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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