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청문회 보고 감사·응원메시지 전달... "국정조사 파행 안타깝다"

 

 

 

 

21일 오후 5시 반,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 앞에 청소년 5명이 나타났다. 양손에는 빵과 과자 100여 개를 나눠 담은 종이가방이 들려있었고, 빵과 과자에는 작은 스티커가 하나씩 붙어 있었다.

'권은희 수사과장과 대한민국 경찰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 대한민국 청소년 일동'

김시원(18·서울시 강남구)군 제안으로 모인 청소년들이 권은희 송파서 수사과장과 경찰들에게 보내는 선물이었다. 김군은 지난 19일 국회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권 과장에게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이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의 경찰이냐"라고 묻는 것에 분노했다. 많은 사람이 함께 이 일에 분노하고 있고, 권은희 과장을 응원하고 있다는 뜻을 직접 전달하고 싶었다.

다음날 김군은 송파서에 권 과장을 만나고 싶다고 연락했다. 국정원 사태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이 모인 '717청소년시국회의(아래 청소년시국회의)'에도 '함께 권 과장을 응원하러 가자'고 제안했다.

"조명철 의원이 지역(광주)을 이유로 권은희 과장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고 했는데, 굉장히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있어요. (경찰) 내부도 그렇다고 들었고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오늘(21일) 사과했잖아요? 청소년의 시각으로 봐도 (권 과장님은) 진실과 정의 편에 섰습니다. 그 점에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또 청문회 때 '일선 경찰들은 저를 많이 지지한다'던 발언을 확인했습니다. 월요일 청문회 때도 송파서에서 많이들 응원하지 않았을까요? (19일 청문회 현장은) 권은희 1명 대 분석관 14명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대한민국 모든 경찰 대 분석관 14명으로 나뉘었다고 생각합니다."

김군의 뜻에 공감하며 이날 함께 송파서를 찾은 청소년시국회의 회원은 모두 6명이었다. 정현석(19·경기도 성남시)군은 "청소년들이 같이 (권은희 과장을) 응원했으면 좋겠다, 몇몇 학생들의 메시지를 가져왔다"며 "권 과장님은 진실을 말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이 '용감하다'고 해서 씁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준승(18·서울시 강동구)군과 양희성(20·경기도 부천시)군도 한목소리로 "(국정원 사태의) 진실을 말하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권 과장님은 진실을 말한 대단한 분이라 감사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얘기했다.

"19일, '권은희 청문회'인지 헷갈려" "권은희, 행동하는 양심 보여줬다"

약속시각은 오후 6시였지만, 퇴근 시간 전에 수사과 경찰 약 80명에게 빵과 쿠키를 전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은 서둘렀다. 권은희 과장에게는 김시원군이 "따로 준비한 맛있는 옥수수빵"과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으로 모은 시민들의 응원메시지가 담긴 하드보드지를 전한 뒤 이들은 송파서 1층 로비에서 일행을 기다렸다. 한 경찰은 지나가며 "과자와 빵 맛있게 잘 먹었다, 더 열심히 해서 학생들한테 부끄럽지 않도록 하겠다"고 인사했다.

양희성군은 "청문회 기사를 본 뒤, 제 페이스북에 '(권은희 과장은) 한국의 잔 다르크'라고 쓰기도 했다"며 "(이번 일을 두고) 지역감정을 건드리거나 '종북좌빨'이라고 하는 글들을 인터넷에서 봤는데, 직접 권 과장님을 만나니 '이런 분이 거짓을 말할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수업을 마치고 한 시간 반 걸려 오후 6시쯤 송파서에 도착한 차상우(19)군 역시 "권은희 과장님은 (청문회에서) 용감했고, 행동하는 양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차군은 7월 23일 촛불집회에서 경찰이 쏜 최루액을 맞았던 학생이다.

방과 후 뒤늦게 온 이용석(17·서울시 송파구)군도 "아무도 입을 못 여는 상황에서 당당하게 발언하신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새누리당 소속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들의 모습을 보니) 권은희 청문회인지 헷갈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8월 들어 매주 촛불집회에 참석해온 황기현(17·서울시 강남구)군은 "국정조사 파행이 안타깝고,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나라가 이렇게 망해가나 싶다"며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오후 6시 25분, 7명의 청소년은 권은희 과장을 만나러 수사과로 갔다. 약 50분 동안 비공개로 이뤄진 만남 후 권은희 과장은 수사과 앞까지 직접 이들을 배웅했다. 김시원군은 "청문회를 볼 때는 (권 과장님이) 딱딱해 보였는데 직접 만나보니 부드럽고 따뜻한 분"이라며 "(응원 메시지 전달에) 힘을 받으신 것 같다, 좋아하시는 모습에 저희도 감사했다"고 말했다. 권 과장은 청소년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학업과 생활에 관한 조언을 했다. 김군은 "이야기를 나누며 '(권은희 과장을 본받아) 멋진 성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밝게 웃으며 경찰서를 나서던 7명은 "오늘 만남은 10점 만점에 10점짜리였다"고 외쳤다.

 

Posted by 어니엘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