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당 검찰총장인데 왜 야당이 난리치세요?”
박근혜 대통령(왼쪽)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3자회담 도중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박 대통령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에 불쾌감
대체 윗선은 누구인가?… ‘공작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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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의 검찰총장인데 왜 그렇게 야당이 난리를 치세요. 민주당 검찰총장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16일 국회에서 열린 ‘3자 회담’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복수의 여야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9월6일 <조선일보>의 ‘채동욱 혼외아들 의혹’ 보도 이후 논란이 일자 ‘당연한 절차’로 법무부 감찰을 실시하고 ‘본인 소명’ 기회를 주기 위해 사표 수리를 보류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김 대표는 회담 뒤 의원총회에서 “채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이 당연한 일이라면, 검찰 집단이 술렁이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냐고 물었으나 박 대통령은 답변이 없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이 불거진 과정과 배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새누리당은 브리핑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채 총장을 압박해 사퇴시키려 했다는 김 대표의 주장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단적으로 잘라 말했다”고 밝혔다.
현직 청와대 행정관이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설과 관련한 초등생의 ‘가족관계 기록부’를 불법 열람한 사실을 두고 청와대가 “개인적 일탈”(이정현 홍보수석)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해명은 되레 청와대의 ‘채동욱 찍어내기’ 기획설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심을 낳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 연루된 정보 유출, 정말 몰랐을까
사건은 9월6일 보도 석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월11일 오후 3시 채동욱 검찰총장은 ‘국정원 의혹 사건 처리 관련 검찰총장 입장’을 발표했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외압을 행사하던 때다. 이로부터 1~2시간쯤 뒤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이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채아무개군의 이름, 주민번호, 본적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며 확인을 요청했다. 조 국장은 가족관계등록부 담당인 김아무개 OK민원센터팀장에게 부탁했으나, 주민번호가 틀린 것으로 나타났다. 조 행정관은 다른 번호로 다시 요청했고, 조 국장을 이를 확인해줬다. 이틀 뒤인 6월13일 조 행정관은 조 국장에게 “고맙다”는 문자를 보냈고, 조 국장은 “밥이나 한번 먹자”고 답했다. 다음날 검찰은 국정원 사건에 대한 1차 수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석 달의 ‘잠복기’가 지난 뒤 9월6일 보도가 나왔다.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이 전면화한다. 9월7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서초구청 임아무개 감사담당관실 과장에게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요청했다. OK민원센터팀장이 공문이 없다고 반발하자 뒤늦게 공문을 보냈다. 청와대는 9월16일 특별감찰을 실시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보도 이후 감찰 규정에 의해 임의적인 방법으로만 관련 자료를 확인하거나 확보할 수 있었을 뿐, 보도 이전에는 (채 총장) 관련 정보를 수집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보도 석 달 전 이뤄진 개인정보 불법 유출의 당사자 가운데 청와대 행정관이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석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와 관련해 다시 주목받는 폭로가 있다. 박지원·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각각 9월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10월1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에서 제기한 주장이다.
“6월14일 검찰의 기소 이후 곽상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경찰 출신인 서천호 국정원 제2차장에게 채동욱의 사생활 자료를 요청했다. 당시 서 차장은 ‘국정원이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는 만큼 직접 하는 것은 곤란하다. 경찰 정보 라인을 통해 사생활 정보를 수집하겠다’고 얘기했다.”
“곽 수석이 (8월5일) 해임당한 뒤 이중희 민정비서관에게 사찰 파일을 넘겨줬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8월5일 취임한 뒤 검찰 출신 정치인을 만나 ‘이 두 사람(송찬엽 대검 공안부장과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을 날려야 한다. 채 총장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물었다.”
“곽 전 수석이 8월 중순 강효상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만난 자리에서 ‘채 총장은 내가 날린다’고 얘기했다.”
한겨레tv 썸네일 한겨레캐스트 채동욱 백기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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