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3-08-27 오전 11:30:33
지난 대선에서 국가의 안보를 책임져야 할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해 당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불법적인 선거 활동을 했다는 사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참으로어처구니없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선거에 국가 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황당한 일이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후진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비민주적이고 어처구니없는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에 대해 분노한 시민들과 학자, 학생,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진상규명과 함께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시국선언을 하고 광장에 모여 다시 촛불을 들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정부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이러한 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를 우리나라 주류 언론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국민들에게 사회적 이슈와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전달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는 언론이 어쩌면 이렇게 입을 닫고 있는지 이할 수가 없다. 수많은 시민들이 무더운 열대야에도 불구하고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와 소리치는데, 국민이 주인이라는 공영방송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은 약속이나 한 듯 분노한 시민들의 외침에 침묵하고 있다.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에 대해 항의하는 분노한 시민들의 촛불과 외침을 뉴스 아이템에서 제외한 공영방송 KBS와 MBC가 선택한 뉴스 주요 아이템이 폭염소식이었다는 것이다.
연일 폭염소식을 주요 뉴스 아이템으로 보도하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에 나와 정부기관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흔든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켰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것도 국민들이 지불하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가 그런 보도 태도를 보인 것은 도저히 묵과하거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KBS는 공영방송 본연의 임무를 점차 망각해 가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로부터 수신료는 꼬박꼬박 반강제로 챙기면서 국민들의 편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정부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상업방송과 달리 국민의 돈이 운영비에 포함돼있는 공영방송은 정부를 포함한 어떤 권력 기관보다 국민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KBS의 보도 태도를 보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보다는 정부의 입맛에 맞는 뉴스를 내보내기 바쁘다. 이는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로 공영방송으로서 올바른 보도 태도가 아니다. 이러한 보도 태도는 KBS가 공영방송이기를 포기하고 국영방송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 왜냐하면 정부의 입맛에 맞는 보도를 하기 위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태도는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수신료를 지불한 많은 시청자들에 대한 배신행위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과 기능 중 하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권력(예컨대 정치, 경제, 사회, 종교 권력 등)에 대한 감시 기능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권력기관 간의 유착이 용이한 정치구조 속에서 국민들의 편에 서서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역할을 위임받은 집단이 바로 언론인 것이다. 다시 말해 언론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임받아 국민이 주인인 국가의 운영을 위임받은 정부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사회적 역할중 하나다. 만약 언론이 이러한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면 이는 언론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현재 공영방송 KBS와 MBC의 보도 태도를 보면 이러한 언론으로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촛불시위를 무시하는 방법을 통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정부 권력기관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에 대한 비판적 여론 확산을 막고, 폭염소식과 같은 평범한 뉴스 아이템들을 통해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방법으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을 축소하거나 없애려는 노골적인 시도를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앞장서서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은 공정한 방송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의무가 있다. 공정한 방송을 위해서는 방송 프로그램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회적 이슈와 사건에 대한 보도를 충실히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공영방송 KBS와 MBC의 보도 태도를 보면 이러한 방송의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방송인 KBS와 MBC는 국민이 주인인 방송이지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방송이 아니다. KBS와 MBC 경영진은 이러한 자신들의 정체성을 올바로 깨달아 자신의 정체성에 걸맞는 모습을 국민들 앞에 보여줘야 할 것이다. 공영방송 KBS와 MBC가 눈치를 봐야 할 대상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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