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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02 박근혜가 의지한 남자 '환관' 김기춘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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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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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진나라 때 시황제 아래 조고라는 환관이 있었다. 환관 조고는 황제 앞에서 사슴을 말로 만든 이야기, 즉 지록위마(指鹿爲馬) 고사로 유명하다. 진시황제가 죽자 권력을 장악한 환관 조고는 황제 호해에게 이렇게 말한다.

"천자가 신하들과 얼굴을 맞대면 그 고귀함이 드러나지 않는 법입니다. 폐하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신하들의 비판을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천자의 위엄을 드러내는 방법이 아니옵니다. 폐하께서는 깊은 궁으로 물러나 편안하게 계시고, 조정의 사무는 소신과 법령에 익숙한 시종들이 맡아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폐하를 현명한 군주라고 칭송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황제 호해는 모든 정사를 조고에게 맡긴다. 그리고 궁중 깊은 곳에서 주색에 심취했다. 조고는 환관이었지만 사실상 임금과 같은 권력을 행사했다. 진의 몰락은 황제 호해의 어리석음이 컸지만, 국정을 농단한 환관 조고의 권력욕이 더 큰 원인이 되었다.

지금의 청와대를 보면 환관 조고가 생각난다. 황제의 고귀함과 위엄을 위해 황제를 깊은 궁으로 몰아넣은 환관 조고. 청와대의 김기춘 비서실장이 그런 모양새다.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나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은 대통령의 권위, 품위를 손상시키는 일이 된 지 오래다. 실제 대통령은 연두회견 이후 기자들 앞에 선 적이 없다.

국민들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무총리나 어느 장관보다 권력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당 대표보다, 여당의 어떤 국회의원보다 더 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 말만 듣는다고 생각한다. 안대희, 문창극으로 이어지는 인사참사, 정홍원 총리의 유임 결정에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있다고 믿고 있다. 그는 권력자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김기춘 비서실장

문제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점이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권력을 위임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권력을 위임한 적은 결코 없다. 비서실장은 어떤 선출 절차도 없이, 검증 절차도 없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된 것일 뿐이다.

토니 블레어는 영국의 노동당을 이끌고 1997년 총선에 크게 승리해 영국의 18년 보수당 정권을 교체한 인물이다. 그 뒤로도 두 차례 2001년과 2005년 선거에서 이겨 노동당의 3연속 승리를 가져온 정치인이다.

토니 블레어의 최측근으로 엘라스티어 캠벨이 있었다. 그는 스핀 닥터(Spin Doctor)로 유명하다. 스핀 닥터란 대통령이나 각료 곁에서 언론 인터뷰의 수위를 조절하거나 대국민 메시지를 작성하는 전문가를 뜻한다. 야구에서 투수가 공에 스핀을 줘 변화구를 던지듯 사실을 가공해 홍보에 활용한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캠벨은 다우닝가(영국 총리실)의 대변인(Press Secretary)이었지만 막강한 권력자였다. 그에게는 방송, 신문, 총리 연설 등 커뮤니케이션 전략, 홍보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그러나 그의 역할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내각이 수행하는 주요정책, 총리의 인사권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는 내각의 장관들이 맡아야 할 정책 발표의 우선순위와 타이밍을 결정했으며, 장관들이 어떤 내용으로 어느 때 방송에 출연하는 것까지 정했다. 그리고 영국 국영방송 BBC의 뉴스 편집권까지 간섭해 톱 뉴스와 보도순서까지 정해서 내려보냈다.

이러한 권력행사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 논란을 불러왔다. 총리는 국민으로부터 선출되고 내각의 장관들도 국민의 투표로 선출되지만 다우닝가의 대변인은 총리가 임명한 대변인에 불과했다. 그러나 권력은 장관보다 컸고, 총리에 버금갔다. 캠벨의 무리한 처신과 전략은 토니 블레어의 지지율 하락과 몰락을 가져오게 된다.

스핀 닥터는 필요하다. 국정운영에도 전략이 있다. 특히 대중정치, 미디어정치에서 국정홍보는 국정운영의 알파요 오메가라 할 수 있다. 또한 여당과 정부(각부 장관), 청와대가 한 목소리로 같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획자가 필요하고, 조율사가 필요하다. 청와대, 여당, 정부가 같은 사안에 다른 말을 하는 것은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대통령과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그런 점에서 전략적이고 유능한 스핀 닥터가 필요하다.

문제는 스핀 닥터가 자기의 권한을 뛰어넘어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비춰질 때다. 대통령의 참모, 스핀 닥터, '당·정·청'(여당과 국회, 정부, 청와대)의 조율사 역할은 필요하다. 그러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참모나 조율사에 그치지 않는다. 호가호위를 넘어서 자신이 권력으로 행세한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게 의존하는 대통령

청문회는 국민의 직접 선출과정,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는 장관들을 검증하는 장치다. 국회의원들은 선거과정에서 그들의 신상, 정책 등이 검증되지만 장관들은 국회 청문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검증되는 셈이다. 청문회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들이 해야 할 일을 국회의원들이 대신 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참여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청문회는 그 대상과 심의 내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문제는 선출도 되지 않고, 국회의 검증(청문회)도 없이 대통령이 바로 임명하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은 장관이나 국회의원 이상의 권력을 누렸다. 정당의 공천을 좌지우지 했으며, 총리와 장관 위에 군림했다. 박정희·전두환 시절에는 심지어 경호실장이 장관들을 호출해 업무보고를 받기까지 했다. 지금의 김기춘 비서실장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 박근혜 정권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행태와 많이 닮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중심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들도 월요일 열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관심을 갖는다. 수석비서관 회의는 청와대 참모회의이고, 내부회의이다. 참석자들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다.

국정운영의 중심은 국무회의다. 지금의 수석비서관 중심의 국정운영은 비정상적이다. 수석비서관들은 대통령의 비서들이다. 비서실은 대통령이 정부의 각 기관과 책임자(장관)를 통해 국정을 수행하는데 있어 대통령의 판단을 돕는 일을 하는 곳이다. 또한 대통령의 뜻이 잘 수행되도록 대통령과 국무위원간의 소통을 돕는 일을 하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의 총리나 국무위원들은 수석비서관회의의 대통령 '말씀'을 전해들어야 하고, 수석비서관들에게 대통령의 뜻이라며 업무지침을 받아야 할 형국이다. '선출되지 않는 권력' 비서들이 장관 위에 올라타 있다. 이런 국정운영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일이고, 청문회를 통해 검증되고 법적인 실제 권한을 가진 국무위원들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작년 12월 철도파업에서 주무장관인 방하남 노동부장관은 민주노총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몰랐다고 해서 논란이 있었다. 주무장관은 배제된 채 이미 청와대와 경찰 사이에 협의가 이뤄지고 공권력이 투입이 결정된 것이다. 국무위원(장관)들은 이렇게 청와대 바라기가 된다.

결국 문제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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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1일 저녁 서울공항에 도착, 김기춘 비서실장 등과 함께 공항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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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설치는 곳에는 동종교배가 이뤄진다. 끼리끼리 뭉치는 정실문화, 측근정치, 비선정치가 판을 친다. 자신들의 결점은 감춰야 한다. 견제장치도 별로 없다. 동종교배는 열성유전자를 양산하고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면 권력 내부에, 진영 내부에 불만이 쌓인다.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는 대통령을 싸고도는 경호실장 차지철과의 싸움으로 유신의 붕괴를 가져왔다. 

결국 문제는 대통령이다. 대화, 소통, 타협, 협치, 공감의 정치를 포기한 대통령, 국민 만나기가 두려운 대통령,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는 대통령, 그 밑에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 똬리를 틀기 마련이다.

지난 6월 30일 역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두 명의 총리 후보 연속 낙마에 대해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지 않고 청문회가 문제라고 제도 탓만 했다. 안대희의 전관예우나 문창극의 친일발언이 문제가 아니고, 신상털기, 여론재판식의 청문회가 문제라는 식이다. 또한 이들을 추천했거나 추천에 동의한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국민의 눈높이가 문제고, 청문회 제도가 문제다. 참으로 한심하다.  

환관과 시종들에게는 권력을 주어서도, 나라를 맡겨도 안 된다. 마찬가지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게 권력을 주어서도, 나라를 맡겨서도 안 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경환은 김대중평화센터 공보실장 겸 대변인이다. 광주에서 (사)민생평화광장 상임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남대 객원교수로 <김대중의 사상과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다. 이 기사는 <김대중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 최경환 이야기 www,sayno.co.kr>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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