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청와대가 당을 종 부리듯 하는 게 적폐"

 

이재오 "청와대가 당을 종 부리듯 하는 게 적폐"

"대통령 눈물 닦아주자니 국민이 바보냐"

곽재훈 기자 

기사입력 2014.06.10 13:40:27

새누리당 내 친이계의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내 친박 지도부를 정면 비판했다. 그것도 '원조 친박'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하는 자리(☞관련기사 보기)에서였다. 

이 의원은 10일 오전 서 의원이 '새누리당 변화와 혁신의 길'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 참석해 한 토론에서 "대통령께서 세월호 사건 이후 적폐와 '끼리끼리' 문화를 없애겠다고 했는데, (거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당"이라며 "당이 정치의 중심이고 정권 창출의 실체인데, 대통령만 돼 버리면 완전히 당을 종 부리듯, 하수인 부리듯 한다. 당은 청와대가 한 소리하면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게 적폐"라고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은 "당은 오래 가지만 대통령은 임기가 5년이다. 임기 끝나면 당은 또 다음 정권을 또 창출해야 된다"며 "그럼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지, 청와대가 중심에 서면 되겠나. 그것이 적폐"라고 다시 한 번 비판했다. 그는 "당이 정권을 창출하려면 정권을 책임져야 되는데 만날 청와대, 국정원에 끌려다니면 되겠나"라고도 했다.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그 나물에 그 밥…뭐가 바뀌었나?"

그는 "지난 1년 동안의 당을 보라"면서 구체적인 실례까지 들었다. 그는 유우성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국정원이 간첩 서류를 조작해서 법원에서 무죄가 났는데 당에서는 '국정원장 물러나라' 소리를 아무도 안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월호 사고가 나서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했는데, 지휘·보고책임이 있는 라인은 한 사람도 처벌받지 않는다"며 "적어도 당은 무슨 소리를 해야 하느냐 하면 '이 사고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지고, 대통령은 국가원수니 어쩔 수 없지만 청와대 비서실장과 국정기획·정무·민정·홍보수석은 즉각 물러가고 새 사람 꾸려라' 이래야 되지 않겠나. 근데 뭔가, 당이 하는 게? 이런 것이 당의 적폐요, 끼리끼리 문화"라고 정부와 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가 대개조' 주장에 빗대 "국가 개조가 문제가 아니고 당 개조가 문제"라면서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당 이름 바꾸고, 옷 색깔 파란색에서 빨간 것으로 바꾸고, 로고 바꾼다고 당이 바뀐 게 없다. 뭐가 바뀌었나"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이것은 개조도 개혁도, 아무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 이야기나 새누리당 이야기나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했다. 옛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상징색과 로고를 바꾼 것은 바로 박 대통령이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당 비대위원장으로서 취한 조치였다. 

"6.4 지방선거, 대통령 눈물 닦아주자니 국민이 바보냐" 

이 의원은 "지난 6.4 선거도 마찬가지"라며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진다. 국민의 눈물을 대통령이 닦아 줘야지, 국민이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준다고 하면 되겠나"라며 "당이 이렇게 나가면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6.4 선거가 끝나고 당에서는 선전했다고 하는데 저는 생각이 다르다"라며 "우리의 기반인 영남은 부산·대구에서 야당 후보가 40%를 얻는 등 기반을 잠식당하고 있고, 기대를 걸었던 충청은 다 넘어갔다. 수도권에서 두 분(남경필, 유정복)이 기사회생해 명맥을 유지했지만 그것도 통합진보당 후보들이 사퇴를 늦게 하는 바람에 무효표가 경기 14만 표, 인천 7만 표 나오는 바람에 이긴 것이고, 서울에선 13%포인트를 졌다. 그러면 수도권도 위기"라고 평가했다. 

그는 "새누리당이 위기라고 당 지도부가 생각하고 변화와 혁신을 얘기해야지, '잘했다. 선방했다' 이렇게 생각해서는 새누리당은 정말 없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표가 되시는 분이 당을 제자리에 놓아야 앞으로 정권을 창출하지, 당이 지금처럼 청와대나 국정원에 끌려다녀 가지고서야 박근혜 정부 5년으로 새누리당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그는 한편 자신에 대한 당 내의 불만을 겨냥한 듯 "당은 이재오가 생각하는 것도 듣고 수용할 줄 알아야 발전한다"며 "'이재오는 삐딱하니까 만날 반대 소리만 한다' 이래 갖고는 이 당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