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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보당 삭발·단식투쟁’이 정당 해산 이유?…법무부의 ‘황당 주장’

등록 : 2013.11.25 16:24 수정 : 2013.11.25 17:00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안 제출에 항의하며 삭발을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통합진보당 김재연, 김선동, 오병윤, 김미희, 이상규 의원. 2013.11.6/뉴스1

“종북세력으로 구성돼 있다는 반증”…헌재에 의견 제출
진보당 “이게 정말 일국의 법무부 수준? 그야말로 참담”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반대 투쟁 자체가 정당 해산의 이유가 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법무부는 해산심판 청구에 대해 진보당 소속 의원들이 삭발 투쟁을 하고, 국외 안팎에서 해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 “종북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해준다”는 황당한 논리를 폈다.

법무부는 지난 21일 헌재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참고 서면’을 제출했다. 20쪽짜리 참고서면에는 법무부의 정장해산심판 청구 뒤 진보당 소속 의원과 당원들의 반대 투쟁 활동 내역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참고서면의 2~16쪽엔 최근 진보당의 국회 안팎 활동이 나열돼 있다. 진보당 중앙당 차원의 집회 내역은 표로 정리됐다. 또 11월6일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삭발식과 그 뒤 이어진 진보당 소속 지방의원들의 삭발식도 참고서면에 담았다. 또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의 공개 브리핑 내용도 포함시켰다.

존폐의 갈림길에 선 진보당 입장에서 반대 투쟁은 당연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런 투쟁 자체이 “당의 강령과 위헌성이 드러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의도”라는 주장을 참고서면에 담았다.

이에 대해 홍 대변인은 “세상에 어떤 정당이 자신을 폭력적으로 해산 시키겠다는데 가만히 앉아 있겠나? 유신 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정당 해산이라는 반민주 폭거를 저지르더니 그에 저항한다고 그걸 다시 정당 해산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어이없어 했다.

법무부는 또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 일심회 사건 등의 경우에는 당을 쇄신하고자 하는 부류가 존재했다. (현재는) 극소수만이 통합진보당이 보여준 행태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일 뿐, 대부분은 하나가 되어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현재 통합진보당에 남아있는 세력이 순수하게 종북세력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홍 대변인은 “일단 마녀로 지목한 후 호수에 던져서 가라앉아도 마녀, 떠올라도 마녀라고 낙인 찍던 중세의 마녀재판과 무엇이 다른가. 이게 바로 2013년 대한민국 정부, 법무부의 몰상식한 비이성적 행태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또 진보당의 투쟁이 헌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헌재의 독립적 판단을 폄훼하는 듯한 견해를 담았다. 법무부는 참고서면의 머리말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 이후에는 오히려 정부의 심판청구에 대하여 민주주의 파괴, 공안 탄압을 주장하고 있다. 심판 절차에서의 법리적 공방을 넘어서 청구 자체를 일방적·정치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정당해산심판 자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 하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두 눈으로 (참고서면을) 보고나서도 도저히 믿기 힘든 궤변이다. 과연 이것이 진짜로 일국의 정부, 법무부의 수준이란 말인가. 그야말로 참담하다. 정당해산심판 청구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고 말했다.

송호진 이정연 기자xingxing@hani.co.kr

 

한겨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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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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