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제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의원들과 질의응답 도중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우병우는 최순실 거 다 막아주고, 골프장 밖에서 상하관계야.”(기흥컨트리클럽 직원 녹취) “최순실을 지금까지 알지 못한다.”(우병우)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관계를 증언하는 음성파일이 청문회장에서 공개됐지만, 우 전 수석은 최씨에 대해 끝내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이어 우 전 수석까지, 박근혜 정권의 핵심 참모들에게선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을 찾기 어려웠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제5차 청문회에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우 전 수석 장모가 운영하는 골프장인 기흥CC 직원의 진술이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이 음성파일에서 기흥CC 직원은 “우병우를 최순실이 꽂아줬다. 최순실이 옴과 동시에 우병우가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최순실이 ‘난 여기 기흥만 오면 소풍 오는 기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김장자 회장이 말했다”며 김 회장과 최씨의 관계가 두텁다는 점을 암시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최씨가 기흥CC에 평균 2주에 한번꼴로 왔고,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회장은 최순실만 오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즐겁게 맞이했다고 한다. 그런 인연으로 우 전 수석은 박 대통령에게 민정비서관으로 추천된 것”이라며 “이 직원은 우병우는 최순실 거 다 막아주고, 골프장 밖에서 상하관계라고도 증언했다”라고 말했다.
최씨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일격을 당한 우 전 수석은 잠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저런 얘기를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제 전임 민정비서관은 검찰 4년 후배인데 후배가 1년 이상 근무한 자리에 가는 게 무슨 영전이겠냐”고도 말했다. ‘급이 낮은’ 민정비서관으로 가는 게 탐탁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직무유기를 질타하는 의원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최씨와의 관계와 가족회사 돈 유용 등 핵심 의혹에 대해선 “모른다”거나 “그런 사실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최순실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건 정윤회 문건 사건 때라고도 말했다. 이에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제대로 된 민정비서관이라면 대통령을 넘어서는 권력이 있다는 것을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우 전 수석이 차은택씨와 관계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노승일 전 케이스포츠재단 부장은 “차은택의 법적 조력자가 김기동(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김기동을 우병우 수석이 소개시켜줬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 전 수석은 “차은택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고, 김기동 단장은 “올해 3월 후배 검사를 통해 차씨를 만났고, 우 전 수석을 통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우 전 수석은 청와대에서 쓰던 업무일지는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폐기 이유에 대해 “수기로 쓴 업무일지든 뭐든 청와대 밖으로 가지고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의혹이 드러나는 것 등에 대한 우려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규남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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