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권훈 기자 =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 투어 대회 29개에 총상금이 180억원에 이른다.
총상금 680억원을 내걸고 32개 대회를 치르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비하면 대회수는 비슷하고 총상금 규모도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크게 뒤지지 않는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에서 1억원이 넘는 상금을 벌어들인 선수만 50명이 넘는다. LPGA투어에서 올해 상금 10만 달러를 넘긴 선수는 90명이 안 된다.
투어 활동에 들어가는 경비를 따지면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가 낫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호황 속에도 선수들은 체력 고갈과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가 낳은 최고의 인기 스타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지난 1일 서울경제·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 최종 라운드 도중 어깨 통증으로 기권했다. 극상건 염증과 견관절 충돌 증후군 진단을 받은 전인지는 이어진 ADT캡스챔피언십에 출전을 포기했다. 다음 대회인 시즌 최종전 조선일보-포스코챔피언십 출전도 불투명하다. 시즌 막판 대상 포인트 경쟁을 포기했다.
7월까지 3승을 올린 고진영(20·넵스)은 무릎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서울경제·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 1라운드를 앞두고 너무 아파서 기권했던 고진영은 ADT캡스챔피언십에 출전해서는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고진영은 우승 경쟁을 벌인 최종 라운드에서는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ADT캡스챔피언십 디펜딩챔피언 김민선(20·CJ오쇼핑)은 대회 1라운드를 마치고 몸살이 심해 기권했다. 김민선은 시즌 중반부터 손목 부상을 당했지만 참고 경기를 치러왔고 급기야 심한 감기 몸살까지 걸렸다.
전인지, 고진영, 김민선 말고도 선수 상당수는 이런저런 부상에 시달린다. 대회가 이어지면서 응급 처치에 그칠 뿐 제대로 된 치료를 시즌이 끝난 뒤로 미룬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박결(19·NH투자증권)은 왼쪽 팔꿈치가 조금씩 아프지만 시즌을 마친 다음에 치료를 받을 생각이다.
잔 부상뿐 아니다. 대부분 선수는 체력이 바닥났다. 체력 고갈은 체중 감소로 알 수 있다.
김민선은 지난 겨울 동계 훈련 때보다 8㎏가량 몸무게가 줄었다. 이정민(23·비씨카드)도 4㎏쯤 감소했다. 장타왕 박성현(22·넵스)도 4㎏가량 빠졌다.
비거리를 늘리려고 하루에 달걀 한판씩 먹었다는 김해림(26·롯데)도 "올해 너무 빡빡한 대회 일정을 겪다보니 체중이 많이 빠졌다"고 말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 선수들의 대회 출전 회수는 LPGA 투어 선수와 비슷하거나 조금 적다. 전인지는 올해 19차례 대회를 치렀고 고진영은 24차례 출전했다. 박성현은 26개 대회에 나섰다.
23개에서 25개 대회를 뛰는 LPGA투어 선수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전인지는 일본과 미국, 유럽 등 해외 원정을 두번씩 다녀왔다. 고진영과 이정민도 해외 원정 경기를 치렀다.
게다가 한국은 골프 코스가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선수들의 피로도가 더 높다.
대회가 많아진만큼 선수 관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수들도 이제는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어 선수 출신 롯데 골프단 지유진 감독은 "대회가 몇개 열리지 않을 때처럼 모든 대회를 모조리 다 뛰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라며 "연간 출전 계획을 미리 짜놓고 출전할 대회와 쉴 대회를 미리 정해놓고 컨디션을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 감독은 또 "동계 훈련도 샷 연습보다는 체력을 보강하는 쪽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 선수의 기권과 출전 포기를 둘러싸고 대회 주최측, 협회, 선수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연간 대회 출전 계획 수립과 함께 부상 방지와 체력 강화 등 체계적인 선수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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