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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점거’ 정기국회 첫날밤 국회의장실에선 무슨 일이…

 

 등록 :2016-09-02 11:52

새누리 의원 50여명 의장실로 몰려가
“사퇴하라, 사회권 넘겨라” 강하게 항의
1일 밤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일 밤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의장의 개회사 발언을 문제삼아 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초유의 상황. 새누리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한밤에 떼로 몰려가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것이다.

정세균 의장은 1일 저녁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던 새누리당에 “추경안과 대법관 인준안 처리가 시급하니 밤 11시에 본회의를 다시 열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게 “발언에 대한 사과를 하고 사회를 보든지, 아니면 심재철 국회부의장(새누리당)에게 사회권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정 의장 쪽은 사과할 뜻도 사회권을 넘길 뜻도 없다고 밝혔다.

양쪽의 의견 접근 없이 정 의장이 본회의 속개 시각이 정한 밤 11시가 다가왔고 밤 10시50분께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단이 의장실로 들어갔다. 원내부대표단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다 오려고 했지만 간곡한 뜻을 전하고자 우리만 왔다”며 의장실로 들어섰다. 그러나 이들의 말과 달리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이 하나둘씩 의장실로 입장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50여명으로 불어났고 한선교·이장우·염동렬 의원 등이 “의장 사퇴하라”, “사회권 넘기라”고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김성태 의원 등은 의장실 탁자에 있는 과자상자를 집어던지기도 했다. 이승천 국회의장 정무수석이 “의장께 그렇게 무례하게 하면 안 된다”고 의장실 경호원들과 함께 제지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어디다 손을 대! 너 누구야? 당신 신분이 뭐야? 의원만 남고 다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경미한 몸싸움이 진정되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세균 의장을 둘러싸고 대화를 나눴다. 다음과 같은 말이 오갔다.

박대출 : 저희들은 오늘 국회의장님이 하신 발언들에 대해 도저희 용납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물러나세요. 집권여당의 국회의원들을 우습게 하니까 밑에 직원까지도 저렇게 우리 의원들에게 행패를 부리고….

이장우 : 2008년도에 의장님 하신 말씀 여기 다 써있어요. 여기 이거 보셨어요?

정세균 : 여러분들은 이보다 더한 말씀을 하셨어요.

의원들 : 지금은 의장이잖아요!. 의장으로서 이야기해 의장으로서! 의장이 의장답지 않으면 의장이 아닌 거에요!

정진석 : 책임감을 느끼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지금 의원들 개개인이 다 판단능력이 있는 의정기관입니다.

정세균 : 정상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가 없어요.

이장우 : 의사봉을 부의장한테 넘기세요. 우리가 민생법안하고 추경 처리해야 되니까. 의장님 우리가 인정할 수 없으니까. 부의장한테 사회권 넘겨서 내일 아침이라도 신속하게 추경 처리하게 하세요. 그게 의장님이 해야될 도리에요. 국민들한테.

정세균 : 좀 절제되게 말씀하세요.

의원들 : 의장님이 지금 만든 상황이에요. 의장님이 절제 하셔야죠.

정세균 : 이 상태에서는 대화를 할 수가 없으니까 돌아가세요.

정 의장은 의장실 퇴거를 요청했으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사실상 국회의장 감금 상태”라고 전했다. 점거는 2일 새벽 1시까지 계속됐다. 야당 의원들은 여의도 인근에서 대기했다. 날이 밝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기국회 회의장을 첫날 박차고 나가버린 새누리당의 무모함과 무책임성을 꾸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야심한 시간에 국회의장실에 항의방문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일부는 음주하고 고성을 질렀다. 대단히 여당답지 못하다. ‘야당 연습하는구나’ 싶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막말로 거듭 ‘분노’를 표출했다. 염동열 의원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 의장의 이름인 ‘세균’을 빗대 “악성균, 테러균, 추경처리파행균, 민생파괴균”이라고 힐난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Posted by 어니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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