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 “한덕수, 재판관 임명 가능…국회 몫이기 때문”
헌법재판관 임명 막는 국힘
- 수정 2024-12-18 07:46
- 등록 2024-1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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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17일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 시나리오’를 꺼내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기 전까지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궐위’가 아닌 단순한 ‘직무정지’ 상태이기 때문에 그 대행자는 현상 유지 차원의 ‘소극적 직무 수행’의 범위를 넘어선 ‘적극적 직무 수행’에 해당하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대다수 헌법학자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소극적 직무 수행’의 범위를 넘어선 통치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여기에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이 해당하는지에 대해선 국민의힘과 견해를 달리한다. 이번 헌법재판관의 경우 후보자 3명이 모두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국회가 청문 절차를 거쳐 추천한 후보자를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소극적 직무 수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도 “이번에 뽑는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나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몫이 아니라 국회가 선출하는 3명이다. 따라서 국회의 추천 절차를 마친 후보자를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은 현상 유지적 소극적 역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도 “현재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모두 ‘국회 추천 몫’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아닌 대통령이라도 임명할 의무가 있다”며 “국민의힘이 현재 사태를 오판하고, 대통령의 헌정 질서 유린을 비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때 민주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는 민주주의의 훼손이라고 비판한 바가 있다”고 한 것도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민주당은 대통령 추천 몫이던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후임을 임명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국회 추천 몫을 임명해야 하는 지금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온 뒤 대법원장 몫인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자를 임명한 것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당시 이 재판관의 임기는 대통령 탄핵 결정이 나오고 3일 뒤에 종료됐다.
국민의힘도 자신들의 논리 비약을 알고 있다. 권 원내대표가 전날 비공개 의총에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못 한다고 하면, 재의요구권 행사도 못 하고, 장관 임명도 못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른 문제에 역풍 맞고 논리가 궁색해질 수 있어서 깊이 논의하겠다”고 말한 게 단적인 예다.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마련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격론이 오갔으나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헌법학자 등 주변의 조언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은 ‘형식적 절차’이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이를 피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권 원내대표 설명과 달리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일 때 오히려 임명권 등에서 운신의 폭이 있고, 탄핵이 되면 60일 내 대선이 치러져 새로운 대통령이 오니까 더 적극적으로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다수”라며 “결국 법리 문제도 있지만 정무적 판단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편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헌법과 법률, 국민의 시각, 국가의 미래라는 기준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한 법리 검토의 차원을 넘어 지금의 혼란 국면이 조속히 정리되길 바라는 국민 여론에도 귀를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서영지 이승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