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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2.13 06:12최종 업데이트 24.12.13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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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대통령실

윤석열의 12일 비상계엄 사태 대국민담화는 그가 왜 대통령으로서 무자격자인지를 웅변했다. 뻔뻔하고 무능하고 부끄러움이 없는, 그래서 단 하루도 대통령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임을 스스로 실토했다. 탄핵이 눈 앞에 다가오자 겁에 질려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 것이다.

대국민담화에서 가장 눈길이 간 것은 내란죄 '자백'이다.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자신이 주도했다고 털어놨다. "뭐라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해 비상계엄을 발동했다"고 했다. 수사와 재판에서 유죄를 결정짓는 최우선 조건은 범인의 자백이다. 전 국민 앞에서 "내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으니 더 구체적인 증거도 필요 없게 됐다. 모든 증거가 윤석열 가리키고 있으니 더 숨을 구석이 없다고 판단했을 게다.


비상계엄 선포가 합법적이란 변명이 얼토당토 않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명시된 헌법의 계엄 발동 요건과는 달리 야당에 대한 반감과 부정선거 음모론이 결행 동기였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야당의 공직자 탄핵과 예산 삭감, 부정선거 주장 따위가 비상계엄 요건에 해당되지 않다는 사실은 검찰총장 출신인 그가 더 잘 알 터다. 법률적으로 안 되니 강성보수 세력을 부추겨 정치적으로 접근해보자는 꼼수다.

불법계엄이 통치행위라는 궤변

사달이 나면 일단 잡아떼고 보는 윤석열 특유의 그릇된 습성도 여전하다. 담화의 상당 부분은 거짓말로 채워졌다. 윤석열은 "소수 병력만 투입하고 시기도 늦췄다"고 했지만 다른 공수부대들이 출동 대기 상태였고, 사전 준비 부족으로 투입이 늦어진 사실이 계엄 투입 지휘관들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국회 관계자의 국회 출입을 막지 않도록 했다"는 말도 체포된 경찰 지휘부의 진술로 허위임이 확인됐다. 온 국민이 뉴스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조차 부인하는 뻔뻔함이 그저 놀라울뿐이다.

윤석열이 얼마나 무능한 지도자인지도 담화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는 "도대체 2시간 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느냐"고 반문했는데, 그 말 자체가 얼마나 무능력하고 못난 인물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내란이 실패한 건 계엄을 바라보는 국민들, 심지어 군 내부의 거부감과 반발심을 읽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일을 밀어붙이다 탈이 난 게 어디 한 두번인가.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총선 참패가 그런 무능의 결과였다.

윤석열의 무지와 비상식은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주장에서 절정에 이른다. 우리 사법부에서 대통령의 통치행위 인정은 남북정상회담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한다. 그 드문 사례도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해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건 법적 상식에 속한다. 통치행위란 용어 자체가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인데다, 불법 계엄을 통치행위라고 주장하는 건 자신을 절대군주로 착각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윤석열은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도대체 자신의 잘못된 결정이 국내외에 얼마나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반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온 국민이 계엄 이후 불안감에 밤잠을 못이루고, 출동한 군인들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그게 할 소린가.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외교 등 국제 신인도도 급전직하하는 현실을 모르는 건가. 그 비겁하고 후안무치한 언사에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이런 황당한 대국민담회를 내놓는 데는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고, 통과되더라도 헌재에서 기각될 거라는 믿음이 깔려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오락가락하던 여당 친한계도 돌아선 마당에 탄핵은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내란죄를 입증하는 숱한 증거와 증언으로 헌재의 탄핵 인용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주술에 빠져 살아온 윤석열로서는 믿고싶지 않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윤석열의 담화는 한줌의 극우세력을 향해 구조신호를 보낸 것이다. 아스팔트 지지층이 들고 일어나 탄핵과 구속을 막아달라는 몸부림이다. 2021년 당시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의사당 점거 유도 발언이 아른거린다. 윤석열은 "마지막까지 국민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는데 그와 싸워줄 국민은 없다. 끝까지 과대망상에 빠진 그에게 남은 건 쓰라린 고통뿐이다. 환각과 망상에서 깨어나면 자신이 국가와 국민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쳤는지 알기나 할지 모르겠다. 그것도 과분한 기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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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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