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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자해가 된 윤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왜 일으켰나

입력 : 2024.12.04 16:22 수정 : 2024.12.04 16:46
박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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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시작 전부터 실패가 예견된 카드였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정치적 자해로 귀결된 비상계엄 카드를 왜 꺼내들었는 지를 두고 정치권 해석이 분분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 중 하나로 본격화한 명태균씨 수사가 꼽힌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4일 CBS라디오에서 “명씨가 ‘특검을 하자’고 하는 건 사실상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적극 제공하겠다는 의사의 표현”이라며 “이미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면 윤 대통령이 첩보를 입수하고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버티지 못하겠구나’하는 판단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구속기소된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와의 통화 등을 추가로 공개할 수 있고, 이 경우 국정 운영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비상계엄 선포를 선제적 카드로 꺼내들었다는 취지다. 비상계엄 선포는 명씨 구속기소 4시간여 뒤에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특검 및 탄핵 공세로 김건희 여사가 위기에 빠졌다는 판단이 영향을 줬다는 해석도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헌정질서를 무너뜨려서라도 쉽게 말해서 김건희 특검을 저지하겠다라는 광적 집착이 낳은 상황이 결국은 온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기 하루 전에 ‘탄핵 방탄’용 긴급조치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들에 대한 탄핵안이 의결돼 탄핵 심판이 이뤄질 경우 김 여사와 관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나 한남동 관저 이전 공사 등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일부 참모들과만 소통하면서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결과물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 비상계엄 선포를 준비하면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및 수석비서관들 대부분을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철호 정무수석, 전광삼 시민사회수석 등 다수의 수석들은 사전에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 전날 밤 늦은 시간에야 윤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대통령실로 복귀했다. 비상계엄을 주도한 것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극히 일부 참모의 의견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전방위적 공세로 국정 운영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줬을 수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윤 대통령 입장에선 예산안이든, 법안이든 무엇하나 원하는대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자신을 막는 주체인 야당이 범죄자 집단이라는 판단과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생각 때문에 오판을 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결국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카드를 동원해 상황을 일거에 돌파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를 무력화하고, 시민사회의 반발을 무력으로 억누르려 한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통고 절차를 생략하고, 신속하게 계엄군을 국회에 진입시킨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계엄군과 경찰을 통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을 막기 위해 노력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를 가동했다고 민주당은 지적했다. 정치 지도자들을 체포해 국회를 무력화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군 수뇌부가 사전에 군 동원 계획을 준비했는지도 향후 수사에서 밝혀야 할 지점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계엄 해제를 위해 민첩하게 움직였고, 윤 대통령과 계엄군의 대응은 일사불란하지 못했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의 본인과 배우자를 지키기 위한 친위 쿠데타는 6시간 만에 실패로 끝났고, 비상계엄 선포는 임기 절반을 남긴 본인의 탄핵만 앞당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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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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