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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지 뉴스]박 대통령은 묵언수행 중···‘불통’ 화법 3가지는?
이명희 기자 minsu@kyunghyang.com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원숭이도 나무에서…’(경향신문 5월13일자)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경우’ 몇 가지를 가정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묵언수행에서 스님한테 패하는 경우를 한가지 예로 들었다. 서민 교수는 이 정도의 고수는 찾기 힘들 것 같다며 소통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침묵 정치’를 에둘러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 난맥상이 노출될 때마다 침묵으로 일관했다. 최고 책임자로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다가 뒤늦게 유감을 표명하는 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을 향한 ‘불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국정 혼선이 박 대통령 자신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는데도 그 현실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통의 원인이 침묵정치에 기인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클럽메드 말레이시아 체러팅 비치의 원숭이 조형물

 
주경복 전 건국대 교수는 ‘군림하는 박근혜의 위험한 수사학’에서 박 대통령이 지도자의 리더십에 요청되는 소통의 양과 질을 충족시키지 못해 ‘불통’ 논란을 야기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화법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일까.

1.“대전은요”, “참 나쁜 대통령”…침묵하다 짧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이 위기 국면에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 일은 거의 없다. 잇따른 총리 인사 참사에도 사과는 없었다. 기자회견도 2014년, 2015년 신년 기자회견이 전부였다. 박 대통령에 ‘불통 대통령’이라는 비판이 따라다니는 이유이다.

1998년 대구 달성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한 박 대통령은 의원시절 본회의장에서 네번 연설했다. 이 중 세 번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이었고, 나머지 한번은 ‘세종시 수정안’ 반대 연설이었다.

2010년 6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위해 직접 국회 본희의장 반대토론 단상에 섰다. 2005년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5년만이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려 매우 죄송하다”면서 ‘원안 행정 비효율’ ‘플러스 알파’ 철회 등 정부 주장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간의 ‘침묵 정치’를 깨고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연설이었다.

2010년 6월29일 국회본회의장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전대표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을 하고있다. 우철훈 기자



박 대통령은 말도 많이 하지 않는다. 대답도 짧고 간결하다. 이에 대한 일화는 많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방에는 별일 없나”라고 물었다거나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테러를 당한 후 “대전은요”라는 발언으로 대전시장 선거 판세를 뒤집은 것도 유명한 일화다. 2008년 총선 공천에서 밀려나면서 ‘친박 대학살’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공천 결과를 두고 박 전 대표는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대표시절이던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자 “참 나쁜 대통령”,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고 공격했다.

2012년 11월27일 새누리 대선방송광고 ‘박근혜의 상처’ 편.



2. ‘통일 대박’, ‘암 덩어리’ ‘원수’…자극적인 표현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는 ‘대박’, ‘암 덩어리’, ‘원수’ 등 자극적인 비유법과 과장법들을 자주 사용한다. 강조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이런 언사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표현으로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1월25일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등 국민안전과 생명에 관련 없는 핵심 규제들을 일괄 폐지하는 규제 기요틴(단두대)을 확대해 규제혁명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3월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해야 할 암덩어리”라고도 했다. 3월12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불타는 애국심,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달라. 절대로 대한민국이 여기서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며 애국심을 강조했다.

지난해 2월5일에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며 ‘진돗개 정신’을 거론했다. 정부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에 “불독보단 진돗개가 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한다. 우리는 진돗개 정신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에 계류된 국정과제 입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면서는 ‘국수’ 얘기를 꺼냈다. “국수는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소화도 잘되고 맛도 있고 제대로 먹은 것 같은데 시간이 한참 지나 탱탱 불어터지고 텁텁해지면 누가 먹겠느냐”고 했다. 지난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을 외쳤으나 남북관계는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3. ‘내 탓 아닌 남 탓’…‘유체이탈’ 화법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에는 침묵하며 ‘방관자 태도’를 취하거나 ‘남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잦다.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그 때문이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인사 등 국정운영 방식이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자성보다는 외부로 원인을 돌려 위기 국면을 넘기는 대증요법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남미 4개국을 순방 중이던 지난 4월20일(현지시간)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을 두고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며 사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이에 대한 거짓 해명으로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이 총리에 대한 질책은커녕 ‘안타깝고 고뇌를 느낀다’며 총리 사퇴를 요구한 ‘여론’을 외면한 것이다.

지난해 12월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는 정윤회씨 등 비선의 국정개입 의혹 논란에 “찌라시에나 나오는 이야기들”로 규정하면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유감 표명 대신 관련 당사자들과 언론 탓을 한 것이다.

2015년 1월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세종정부청사와 원격 영상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월호 참사 다음날인 지난해 4월17일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서는 “여러분들과 얘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 다 책임지고 물러나야 된다”고 말했다. 책임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단식농성이 이어지자 “여야가 합의할 사안”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위기국면에서도 이같은 유체이탈 대응을 되풀이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불법행위들이 드러났는데도 “덕 본 게 없다”는 태도를 고집했다. 검찰이 2013년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한 뒤 보름 만인 7월8일 “국정원 댓글 의혹으로 혼란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을 자신과 무관한 정치권 정쟁으로 치부한 것이다. 그해 9월16일 여야 당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선 “지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라 사과하는 것은 무리”라고 했다.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해 국정 책임자가‘전 정권’ 일로 떠넘긴 것이다.

2012년 12월16일 KBS에서 열린 제18대 대통령선거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토론에 앞서 악수한뒤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12년 대선 TV토론에서 문제인 후보가 이명박 정부가 반값 등록금 약속을 안 지킨 것을 계속 문제삼자, 박 후보는 “이명박 정부도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내가 대통령이 됐으면 했죠”라고 했다. 또 문 후보가 “(과학기술 인력 유입 정책을) 이명박 정부가 끝낸 거 아니냐. 박 후보는 뭘 했느냐”고 따지자 “그래서 대통령 되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답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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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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