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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박근혜·이재용씨, 감옥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박근혜 정권과 싸워온 사람들 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옥중서신
박근혜 정권이 출발할 때부터 최강서 열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목숨을 끊었다. 송파 세모녀도 절망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사고로 삶을 잃었고, 구의역 김군을 비롯하여 한 해 2400명이 산재로 죽었다.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다시는 이런 사회를 만들지 말자는 다짐이다. 새로운 사회의 전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들이 왜 죽었는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이에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박근혜 정권과 싸워온 사람들' 기획을 내보낸다. - 기자 말
벌써 넉 달째 매주 주말을 반납하고 광장으로 달려 나온 시민들은 위대한 민중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절망과 분노가 모여 촛불을 들기 전까지는 이 땅의 주인이 박근혜 정권과 무능한 국회, 탐욕스런 재벌, 보수언론, 어용지식인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우리 스스로가 광장에 모여 주권자임을 깨닫고 보니 이 땅의 참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습니다. 주인답게 행동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개, 돼지로 취급되는 것을 알았기에 힘들지만 촛불을 끌 수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에 천만 촛불을 넘어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벌써 우리는 많은 것을 해냈습니다.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던 광화문광장에서 촛불 혁명을 이뤄내고 청와대 턱밑까지 합법적인 행진도 하고 있습니다. 성과연봉제를 일방적으로 시행하려는 정부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정경유착의 몸통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노조파괴를 자행한 유성기업 유시영 사장이 6년 만에 법정구속 되고, 국정농단의 공범들이 법의 심판대 앞에 서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탄핵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박근혜와 이재용을 감옥에서 만날 날 기다리며
박근혜 정권 취임 초기,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쳤습니다. 재벌과 정권이 모든 권력기관과 언론까지 장악해 한편이 되어 노동탄압, 공안탄압, 공포정치로 노동자와 시민을 통제했기 때문입니다. 겹겹이 쳐 놓은 차벽과 살인적인 물대포 앞에서 바위를 뚫겠다는 낙수가 되어 싸워왔던 시간들이 촛불로 타올랐고 우리가 옳았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습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반노동 정책을 밀어붙였던 자본과 정권의 몸통인 이재용과 박근혜를 감옥 안에서 만날 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환영식도 해주고 감옥생활 노하우도 가르쳐주려 합니다. "모든 것이 낯설겠지만 누구나 살아가는 곳이니 몸부림치지 말고 권력과 탐욕에 찌든 심신을 치유해라, 그리하면 남은 인생은 지금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선배로서 덕담도 해주겠습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평등한 세상은 그 자체가 훌륭한 스승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이재용한테 물어볼 것입니다. OECD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데도 쉽게 해고할 권리와 모든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게 하려 하고, 뇌물도 주고 관제데모 뒷돈까지 지원한 이유를.
"촛불혁명과 정치세력 교체의 주역 청년"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로부터 천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불평등의 핵심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하겠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선언과 가늠할 수 없는 의지뿐입니다.
검증 가능한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손바닥 뒤집 듯 엎어버리는 것이 정치였습니다. 5년째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노동권리 입법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대선과 총선에서 수없이 했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자본천국 노동지옥'의 세상, 전쟁보다 무섭다는 최악의 불평등 국가가 되고 말았습니다.
진단과 대책은 차고 넘칠 만큼 나와 있습니다. IMF 이후 20년, 모든 정권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성장 지상주의를 따랐고, 모든 정책수단은 노동자를 짓밟고 기업을 위해 집행되었습니다. 포승줄에 칭칭 감긴 노동 3권을 원상회복하고, 노동과 자본이 힘의 균형을 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대통령 한 명 잘 뽑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총자본과 사회기득권 세력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지 시름은 깊어만 갑니다.
'제 임기동안 재벌개혁, 산업체질 개선, 불평등 구조의 혁파를 위해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할 것이다', '살인적인 전월세를 갚기 위해 집값하락을 감수하자', '미국과 중국 눈치 보지 않는 독자외교로 남북평화공동번영을 실현하겠다',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국방비를 쓰면서 안보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무능이 아니라 사기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후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시대, 최악의 피해자는 청년입니다. 노예처럼 일할 곳은 많지만 인생을 설계하고 꿈을 키워갈 안정된 일자리가 없는데 창업이니 해외취업이니 헛소리만 난무합니다. 저는 청년들이 희망을 만들어가는 유일한 길은 청년끼리 똘똘 뭉치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 부모세대 신경쓰지 말고 청년만 생각하십시오. 온갖 위원회로 참여하는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에 설 때가 되었습니다.
경험의 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주역은 20대 노동자였습니다. 투쟁으로 민주주의와 민주노조를 쟁취한 경험을 쌓은 20대 노동자들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촛불혁명의 중심은 청년학생입니다. 기성정치를 교체할 정치세력으로 우뚝 서게 될 거라 믿습니다.
감옥에서는 풀 한 포기에도 정이 갑니다. 서리가 내리면 단풍이 들고 들풀은 금세 시들어 버립니다. 입춘이 지나 동토를 뚫고 나온 새싹은 영하의 꽃샘추위가 찾아와도 시들지 않고 기어이 대지의 주인이 되어 있습니다. 간혹 담장 밑에는 12월 눈보라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홀씨를 날리는 질긴 민들레도 있습니다. 마치 청년의 힘과 같습니다.
박근혜 퇴진 후 우리 삶은 나아질까?
박근혜 탄핵 후 새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할 것인가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감옥에 있는 몸이라 잘은 모르지만,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욕구를 선언만 하고 요구만 한다면 불가능할 것이고, 광장의 촛불연대를 더욱 굳건히 하면서 주권자의 이름으로 준엄한 명령을 한다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촛불시민들이 모여 탄핵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그 결과를 모은 '촛불권리선언'은 옳은 출발이라 생각합니다. 광장의 촛불에는 진정으로 한국사회를 걱정하는 각 부분의 전문가들도 많고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갖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광장 촛불의 요구를 어떻게 실행시킬 것인가 입니다. 민주노총이 적폐청산과 개혁입법을 위해 모든 노동자와 한편이 되어 정치 총파업을 해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아직은 준비가 부족합니다.
파렴치한 박근혜 정권을 직접 끌어내리지 못하고 국회, 헌재, 특검의 처분만 기다리려니 울화가 치밀기도 합니다. 그래도 박근혜 탄핵에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만큼 맞잡은 손 놓지 맙시다. 기득권의 저항을 이길 다른 방법은 없으니까요.
촛불이 민심이었고, 민심은 헌법보다 권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습니다. 감옥 안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민심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분노하면서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국가와 결혼했다는 박근혜를 믿었고 당선시켰다."
"대를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만 찍었던 세습신념이 무너졌다."
정치적 신념이 무너진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 했습니다. 배신의 충격에서 벗어나 드는 생각은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줘야겠다는 다짐이라고 합니다. 표현하지 않는 다수의 생각도 같을 것입니다. 아빠의 목말을 타고 위대한 역사의 현장을 경험한 아이들은 정의로운 세상의 주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탄핵이 결정되는 3월 주말에는 광장을 가득 메워 자축합시다. 그리고 적폐청산 개혁입법, 대선요구, 개헌까지 촛불의 명령으로 완수해냅시다. 저는 함께 하지 못하지만 남은 인생의 목표인 노조 조직율 50% 실행계획을 구체화하며 박근혜와 공범 부역자들이 이곳으로 들어오길 기다리겠습니다.
민주노총은 위대한 시민들과 동지(同志)로 한편이 되고 싶습니다. 함께하는 데 서툴고 부족한 점 반성하며 내민 손을 따뜻한 가슴으로 잡아주십시오. 기득권의 저항이 아무리 거셀지라도 맞잡은 손 놓지 않고,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연대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동지가 됩시다. 동지라 부르고 싶습니다. 동지들 사랑합니다.
2017. 2. 21
춘천교도소에서 한상균 드림
▲ 세월호참사 '제대로 된 진상규명' 촉구 지난 1월 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천일, 박근혜 즉각퇴진, 황교안 사퇴, 적폐청산 11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인양과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
ⓒ 권우성 |
벌써 넉 달째 매주 주말을 반납하고 광장으로 달려 나온 시민들은 위대한 민중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절망과 분노가 모여 촛불을 들기 전까지는 이 땅의 주인이 박근혜 정권과 무능한 국회, 탐욕스런 재벌, 보수언론, 어용지식인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우리 스스로가 광장에 모여 주권자임을 깨닫고 보니 이 땅의 참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었습니다. 주인답게 행동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개, 돼지로 취급되는 것을 알았기에 힘들지만 촛불을 끌 수가 없었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기에 천만 촛불을 넘어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노조파괴를 자행한 유성기업 유시영 사장이 6년 만에 법정구속 되고, 국정농단의 공범들이 법의 심판대 앞에 서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탄핵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박근혜와 이재용을 감옥에서 만날 날 기다리며
▲ 한상균 위원장 | |
ⓒ 한상균 제공 |
박근혜 정권 취임 초기,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쳤습니다. 재벌과 정권이 모든 권력기관과 언론까지 장악해 한편이 되어 노동탄압, 공안탄압, 공포정치로 노동자와 시민을 통제했기 때문입니다. 겹겹이 쳐 놓은 차벽과 살인적인 물대포 앞에서 바위를 뚫겠다는 낙수가 되어 싸워왔던 시간들이 촛불로 타올랐고 우리가 옳았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 이렇게 빨리 올지는 몰랐습니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반노동 정책을 밀어붙였던 자본과 정권의 몸통인 이재용과 박근혜를 감옥 안에서 만날 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환영식도 해주고 감옥생활 노하우도 가르쳐주려 합니다. "모든 것이 낯설겠지만 누구나 살아가는 곳이니 몸부림치지 말고 권력과 탐욕에 찌든 심신을 치유해라, 그리하면 남은 인생은 지금보다 행복할 것"이라고 선배로서 덕담도 해주겠습니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평등한 세상은 그 자체가 훌륭한 스승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이재용한테 물어볼 것입니다. OECD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데도 쉽게 해고할 권리와 모든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만들 수 있게 하려 하고, 뇌물도 주고 관제데모 뒷돈까지 지원한 이유를.
"촛불혁명과 정치세력 교체의 주역 청년"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선후보들로부터 천만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불평등의 핵심이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무조건 하겠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선언과 가늠할 수 없는 의지뿐입니다.
검증 가능한 구체적인 실행계획도 손바닥 뒤집 듯 엎어버리는 것이 정치였습니다. 5년째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노동권리 입법은 단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대선과 총선에서 수없이 했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자본천국 노동지옥'의 세상, 전쟁보다 무섭다는 최악의 불평등 국가가 되고 말았습니다.
진단과 대책은 차고 넘칠 만큼 나와 있습니다. IMF 이후 20년, 모든 정권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 성장 지상주의를 따랐고, 모든 정책수단은 노동자를 짓밟고 기업을 위해 집행되었습니다. 포승줄에 칭칭 감긴 노동 3권을 원상회복하고, 노동과 자본이 힘의 균형을 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대통령 한 명 잘 뽑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총자본과 사회기득권 세력의 공세를 어떻게 막아낼지 시름은 깊어만 갑니다.
'제 임기동안 재벌개혁, 산업체질 개선, 불평등 구조의 혁파를 위해 마이너스 성장을 감수할 것이다', '살인적인 전월세를 갚기 위해 집값하락을 감수하자', '미국과 중국 눈치 보지 않는 독자외교로 남북평화공동번영을 실현하겠다',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국방비를 쓰면서 안보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무능이 아니라 사기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후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 탄핵 가결 후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 지난 2016년 12월 10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7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외치고 있다. | |
ⓒ 남소연 |
이 시대, 최악의 피해자는 청년입니다. 노예처럼 일할 곳은 많지만 인생을 설계하고 꿈을 키워갈 안정된 일자리가 없는데 창업이니 해외취업이니 헛소리만 난무합니다. 저는 청년들이 희망을 만들어가는 유일한 길은 청년끼리 똘똘 뭉치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 부모세대 신경쓰지 말고 청년만 생각하십시오. 온갖 위원회로 참여하는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에 설 때가 되었습니다.
경험의 힘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주역은 20대 노동자였습니다. 투쟁으로 민주주의와 민주노조를 쟁취한 경험을 쌓은 20대 노동자들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번 촛불혁명의 중심은 청년학생입니다. 기성정치를 교체할 정치세력으로 우뚝 서게 될 거라 믿습니다.
감옥에서는 풀 한 포기에도 정이 갑니다. 서리가 내리면 단풍이 들고 들풀은 금세 시들어 버립니다. 입춘이 지나 동토를 뚫고 나온 새싹은 영하의 꽃샘추위가 찾아와도 시들지 않고 기어이 대지의 주인이 되어 있습니다. 간혹 담장 밑에는 12월 눈보라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홀씨를 날리는 질긴 민들레도 있습니다. 마치 청년의 힘과 같습니다.
박근혜 퇴진 후 우리 삶은 나아질까?
박근혜 탄핵 후 새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할 것인가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감옥에 있는 몸이라 잘은 모르지만,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는 욕구를 선언만 하고 요구만 한다면 불가능할 것이고, 광장의 촛불연대를 더욱 굳건히 하면서 주권자의 이름으로 준엄한 명령을 한다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촛불시민들이 모여 탄핵이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하고 그 결과를 모은 '촛불권리선언'은 옳은 출발이라 생각합니다. 광장의 촛불에는 진정으로 한국사회를 걱정하는 각 부분의 전문가들도 많고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갖춰져 있습니다. 문제는 광장 촛불의 요구를 어떻게 실행시킬 것인가 입니다. 민주노총이 적폐청산과 개혁입법을 위해 모든 노동자와 한편이 되어 정치 총파업을 해내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아직은 준비가 부족합니다.
파렴치한 박근혜 정권을 직접 끌어내리지 못하고 국회, 헌재, 특검의 처분만 기다리려니 울화가 치밀기도 합니다. 그래도 박근혜 탄핵에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만큼 맞잡은 손 놓지 맙시다. 기득권의 저항을 이길 다른 방법은 없으니까요.
촛불이 민심이었고, 민심은 헌법보다 권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습니다. 감옥 안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민심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분노하면서 고백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국가와 결혼했다는 박근혜를 믿었고 당선시켰다."
"대를 이어 박근혜 새누리당만 찍었던 세습신념이 무너졌다."
정치적 신념이 무너진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 했습니다. 배신의 충격에서 벗어나 드는 생각은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줘야겠다는 다짐이라고 합니다. 표현하지 않는 다수의 생각도 같을 것입니다. 아빠의 목말을 타고 위대한 역사의 현장을 경험한 아이들은 정의로운 세상의 주인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탄핵이 결정되는 3월 주말에는 광장을 가득 메워 자축합시다. 그리고 적폐청산 개혁입법, 대선요구, 개헌까지 촛불의 명령으로 완수해냅시다. 저는 함께 하지 못하지만 남은 인생의 목표인 노조 조직율 50% 실행계획을 구체화하며 박근혜와 공범 부역자들이 이곳으로 들어오길 기다리겠습니다.
민주노총은 위대한 시민들과 동지(同志)로 한편이 되고 싶습니다. 함께하는 데 서툴고 부족한 점 반성하며 내민 손을 따뜻한 가슴으로 잡아주십시오. 기득권의 저항이 아무리 거셀지라도 맞잡은 손 놓지 않고,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연대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동지가 됩시다. 동지라 부르고 싶습니다. 동지들 사랑합니다.
2017. 2. 21
춘천교도소에서 한상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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