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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세 '친박 원로' 서청원이 돌아왔다
13.10.30 22:56
최종 업데이트 13.10.31 10:28▲ 30일 오후 경기화성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새누리당 서청원 후보가 화성시 봉담읍 선거사무소에서 손을 들어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친박 원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가 돌아왔다. 현역 최다선(7선)이다. 43년생으로 올해 만으로 70세, 보통 말하는 나이로는 71세다.
서 당선자는 30일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오일용·통합진보당 홍성규 후보를 크게 앞지르며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서 후보는 밤 10시 20분 현재 개표율 74.51% 상태에서 2만8746표(63.84%)를 얻어 1만2723표(28.25%)를 얻은 오 후보를 압도했다.
예상된 결과
사실 이는 예상된 결과다. 재보선이 치러진 경기 화성갑이 여권의 텃밭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경기 화성갑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약 12%p 차이로 이겼다. 투표율이 낮은 보궐선거라는 점과 홍성규 통합진보당 후보의 출마로 여야 구도가 1대2로 나눠진 점 등 역시 민주당에 불리한 요소였다.
이 때문에 민주당 스스로도 이번 선거에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았다. 당초 전국적으로 10여 곳에서 열리는 '미니총선'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불발되면서, 이번 선거가 박근혜 정부의 첫 평가지가 될 것이라는 성격도 옅어진 상황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벌어졌던 '손학규 전략공천' 논란은 이런 현실을 정확히 보여줬다. 김한길 대표가 삼고초려까지 하며 독일에서 돌아온 손학규 상임고문을 출마시키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만큼 서 당선자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오 후보에 대한 당의 기대가 낮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었다. 오 후보를 중심으로 한 선거 전략도 그만큼 늦게 짤 수밖에 없었다. 국가정보원,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야당의 '정권심판론'에 탄력이 붙었지만, 막판 표심으로 연결할 수 있는 뒷심은 부족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선거전을 앞두고 잡음이 사라졌다. 당내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차떼기·공천헌금 등으로 두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서 후보를 공천하는 것에 대해 "총·대선 당시 약속했던 정치혁신을 퇴행시키는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이런 목소리는 공천 확정 후 이내 사라졌다.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설까지 불거져 김성회 전 의원 등 공천 경쟁자들의 반발을 샀지만, 공천 후 조용히 무마됐다.
개표 전부터 새누리당은 승리를 확신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야당에서 대선불복성 발언 및 정권심판 등 박근혜 정부의 여러 정책들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는데 선거전략으로 실패한 것 아닌가"라며 "수도권 선거라는 게 역대 4~5%p 이내에 결정을 내는 선거이긴 하지만 5%p에서 20%p 정도까지 차이가 나지 않을까, 12%p보다 더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김무성과 서청원,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그 미묘한 관계
선거결과보다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은 서 당선자의 향후 행보다. 서 당선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친박 핵심 인사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상임고문을 맡았고, 2008년 총선 공천 당시 낙천된 친박계를 중심으로 친박연대를 꾸려 무려 14명을 당선시켰다. 이는 당시 친이계의 견제를 받고 있던 박 대통령의 든든한 정치적 버팀목이 됐다.
그런 그가 7선 중진의원으로 복귀하면서, 현재 마땅한 구심점이 없는 친박계의 좌장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 당선자도 지난 29일 마지막 유세에서 "박근혜 정부의 울타리, 기둥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당내 역학 구도도 바뀔 수밖에 없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서 당선자가) 김무성 의원을 견제하는 카드인 건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경쟁 구도에서 압도적으로 앞서 있는 김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청와대가 택한 것이 서 당선자라는 얘기다.
실제로 당 안팎의 관심도 서 당선자와 김 의원의 당권 경쟁 여부에 쏠려 있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언론보도를 보면, 새누리당의 극우화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김 의원과 새누리당 과거 부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서 후보 간에 당권 경쟁이 있을 것이다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엔 박 대통령과 김 의원의 복잡 미묘한 관계가 얽혀 있다. 김 의원은 친박계 좌장이었다가 세종시 수정안 정국, 원내대표 경선 등을 거치며 '탈박(脫朴)'한 바 있다. 지난 총선 당시 공천에서도 배제됐다. 그러나 김 의원은 백의종군을 선택했고, 지난해 대선 당시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박 대통령의 승리에 기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을 '복박(復朴, 돌아온 친박)'으로 분류하긴 힘들다. 4.24 재보선을 통해 다시 여의도로 복귀한 그는 "그 누구보다도 당에 충성 다 바쳤으나 당으로부터 두 번 배신당하는 아픔을 겪었다"며 "동료의 목을 치는 그런 나쁜 짓이 다시는 새누리당에 재현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9대 총선 낙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한 셈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자신과 껄끄러운 사이인 김 의원보다 서 당선자를 통해 당을 장악하고 국정 운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예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단 몸을 숙일듯... "개선장군 되지는 않을 것"
그러나 서 당선자 쪽은 이 같은 분석을 경계하며 몸을 숙이고 있다. 당장 당내 권력 중심으로 부각될 경우, 김 의원은 물론 '비박(非朴)'인 정몽준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의 견제도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 당선자 역시 화성갑 출마 후 김 의원을 만나,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당선자 쪽 한 관계자는 지난 29일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개선장군이 돼서는 안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당분간 국회에 가지 않고 당선사례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정기국회가 열리고 의원선서를 하는 때까지 (서 당선자가) 나설 일은 없다"고 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 당선자가) 특별히 야당에서도 좋아하는 분이기 때문에 여야 소통 문제나 당내 리더십 등에서 실제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당대표 선거에 관심이 없는 듯한 뉘앙스였기에 당분간 직접 뛰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새누리당 의원은 "(서 당선자는) 당이 정말 어려울 때 나설 수 있다, 꼭 서청원 당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지휘한다는 공식보다는 2016년 총선 때 지휘한다는 공식이 더 나은 것 아니냐"며 "대통령 입장에서도 20대 총선 때 청와대의 당 장악력이 떨어졌을 때 서 당선자가 더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마이뉴스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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